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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랭보처럼 방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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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랭보처럼 방랑하라

입력
2011.04.2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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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보야. 어제 안부 전화 고마웠다. ‘방랑’은 부정적인 뜻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속에는 긍정의 뜻도 있어서 나는 방랑도 삶의 정답으로 분류하고 있어. 목적지를 찾아가는데 직선으로만 달려간다면 그건 너무 모법적인 답이 아닐까. 정답 밖에 더 많은 정답이 있어. 방랑을 통해 조금 늦게 목적지를 찾아간다면 어떠하니. 랭보야. 너를 괴롭힌 중간고사가 끝났다. 그것도 네가 지나갈 길이야. 도서관으로 빼곡하게 몰려들었던 발들이 어디론가 떠나겠지. 나는 시인을 꿈꾸는 너희들에게 ‘방랑’이란 또 다른 시험문제를 제출했다. 청춘이여, 방랑자가 되어 너희들이 알지 못하는 곳으로 떠나라. 시외버스터미널로 가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도시로 가는 완행버스를 타고 혼자 떠나라. 그 도시에서 주는 쓸쓸함을 온몸으로 체험하라. 역으로 가서도 마찬가지다. 돌아올 시간에 급급하지 말고 무작정 떠나라. 기차역이 있다면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을 거야. 그리고 랭보야. 고독해져라. 무리 속에서는 자신이 보이지 않는다. 외로워져야 사람은 자신을 볼 수 있어. 내가 랭보에게 방랑을 요구하는 것은 술 마시느라, 덧없는 연애하느라 다 써버린 나의 20대에 대한 반성이야. 길을 찾는 것이 길을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길을 훌쩍 뛰어넘는 것, 통도(通渡)라는 것을 나는 나이 들어 알았다. 너의 닉네임 랭보처럼 너도 방랑하길 하란다.

시인ㆍ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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