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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불경 '4부 니까야' 첫 완역 출간한 전재성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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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불경 '4부 니까야' 첫 완역 출간한 전재성씨

입력
2011.04.21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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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처 신격화하는 한역 불경과 달리 인간적 면모 생생히 드러내 감동적"

석가모니 부처가 쓰던 말인 팔리어로 기록된 초기불교 경전 니까야는 부처의 가르침이 원음 그대로 살아 있는 문헌이다. 부처가 열반한 뒤 제자들은 기억력 비상한 수제자 아난다에게 의지해 생전 발언을 암송하고 검증해 팔리어로 결집했다. 훗날 불교가 중국에 전해지면서 팔리어 경전은 한문으로 번역돼 한국에 들어왔다. 번역 과정에 생긴 오류와 왜곡, 중국적 세계관도 함께 수입됐다.

20년 넘게 팔리어 경전 번역에 매달려 온 전재성(58) 한국빠알리어성전협회 회장이 <쌍윳따니까야> (2002) <맛지마니까야> (2003) <앙굿따라니까야> (2008)에 이어 <디가니까야> 를 출간함으로써 4부 니까야의 원전 완역을 마쳤다. 서양에서는 진작에 해낸 일이지만 개인이 혼자서 4부 니까야를 모두 옮기기는 세계 처음이다.

우리말 <디가니까야> 는 2006년 각묵 스님 번역으로 처음 나왔으나 생략본이었다. 이번에 전씨가 낸 것은 국내 첫 원전 완역이고, 정통 주석서인 기원후 500년경 문헌 <쑤망갈라빌라씨니> 에 입각해 2,931개나 되는 상세한 주석을 달았다. 그러다 보니 1,560쪽의 두툼한 책이 됐다. 앞서 출간한 것까지 합치면 그가 작업한 4부 니까야의 분량은 원고지 8만매에 이른다.

<디가니까야> 는 한역 <장아함경> 에 해당하는 것으로 니까야 중 가장 먼저 결집됐고 길이가 가장 길다. 그는 “한역 불경이 부처를 신격화하는 것과 달리 <디가니까야> 에는 부처의 인간적 면모가 생생히 살아 있어 감동적”이라고 소개했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역사적 사실의 정확한 기록을 들었다. 예컨대 한역 불경은 열반한 부처가 제자 가섭이 찾아오자 관 밖으로 발을 내밀었다고 하지만 <디가니까야> 는 가섭이 부처를 화장하기 위해 쌓아 놓은 장작 더미를 헤쳐 스승의 발을 드러낸 뒤 마지막 작별 인사를 했다고 전한다. 제자가 스승의 발에 절하는 것이 당시 인도의 풍습이었다고 한다.

그는 <디가니까야> 가 한문으로 옮겨지면서 잘못 알려진 부처 말씀 중 대표적 것으로‘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을 꼽았다. “팔리어 원문은 ‘너 자신을 섬으로 삼아라, 가르침을 섬으로 삼아라’인데 번역 과정에 섬이 등으로 바뀌었죠. 바다에서 풍랑을 만난 배가 섬으로 피하듯 자기 자신과 부처의 가르침을 섬(피난처) 삼아 윤회의 바다를 건너라는 뜻이지요.”

그가 팔리어 경전 번역을 시작한 것은 독일에서 8년간 인도ㆍ티베트학을 공부하고 돌아온 1989년부터다. 군사독재 시절 민중불교운동을 하다가 쫓기는 몸이 돼 도망치다시피 간 독일에서 우연히 만난 한 사람이 그의 인생을 바꾸었다.

“페터 노이야르라는 분이었어요. 99년 출간한 제 책 <거지 성자> 의 주인공이죠. 남루한 옷을 누덕누덕 기워 입은 사람이 벤치에 앉아 점심으로 썩은 당근을 먹고 있었죠. 행색은 거지 노숙자나 다름 없는데 얼굴과 눈빛이 그렇게 맑을 수가 없는 거에요. 알고 보니 집도 돈도 없이 부처처럼 나무 밑에서 지내며 부처 가르침대로 실천하며 사는 사람이더군요. 방대한 종교적 지식을 가진 분이었죠. 니까야가 독일에서는 1910년 모두 완역됐다는 것을 그를 통해 알고 충격을 받았죠. 그때 완역을 하겠다고 뜻을 세웠지요.”

4부 니까야 완역을 다 마치고, 이제 남은 것은 <쿳타까니까야> 의 ‘이띠부다까’(여시아경)뿐이다. 부처 말씀만 모은 4부 니까야와 달리 <쿳타까니까야> 에는 다른 내용도 포함돼 있다. <쿳타까니까야> 중 법구경, 숫타니파타, 우다나는 2004~2009년 원전 번역으로 출간했다. 지금은 <한국어_빠알리어 사전> 을 편찬 중이다. <빠알리어_한국어 사전> 은 이미 냈다.

할 일이 얼추 끝났을 법도 한데 그는 아직도 많다고 했다. “경전 주석, 제자들이 읽던 시 등 작업할 게 수두룩해요. 다 하려면 끝이 없어요. 죽을 때까지 해야지요.”

오미환 기자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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