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의 33년 독재자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이끌어낸 걸프협력협의회(GCC)의 이중적 태도, 또는 이중잣대가 논란이다. 예멘에선 살레 대통령 퇴진 협상을 중재, 결과적으로 독재종식에 일조했지만 바레인 등에선 반대로 반정부 시위대를 탄압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GCC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레인, 오만, 카타르, 쿠웨이트 등 아라비아반도의 여섯 국가로 구성돼 있다. 이란혁명(1979년), 이란ㆍ이라크전쟁(1980년)에 따른 이슬람 시아파 득세가 우려되자 주로 수니파 왕정국가였던 이들이 1981년 GCC를 만들었다.
GCC는 지난 1월 같은 아라비아반도 국가인 예멘에서 반정부 시위가 시작되고 유혈진압이 이어지자 중재에 나섰다. 그리고 24일 살레 대통령으로부터 퇴진 동의를 얻어냈다.
하지만 지난달 바레인 시위 과정에선 180도 다른 행보를 보였다. 바레인 왕정이 시위 진압에 쩔쩔매자 사우디와 UAE는 각각 1,000명과 500명의 군대와 경찰을 파견했다. ‘한 회원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는 회원국 전체를 위협하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규약에 따른 것이라지만 이는 분명 민주화 요구에 대한 억압이었다. 이는 예멘에서 민주화 요구를 수용하는 듯한 중재안을 낸 것과는 상반된 행동으로 이중 잣대 비판을 면키 어렵다.
GCC의 행보 뒤에는 미국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GCC의 맏형 격인 사우디는 대표적 친미국가고 바레인에는 미 해군 5함대 기지가 있다. 미국의 결정적 국익이 걸려 있는 나라들이다. 예멘의 경우 살레 대통령이 독재자이긴 하나 테러 조직 알 카에다와의 전쟁에 앞장서왔다.
따라서 미국 입장에선 이들 나라에서의 현 체제유지가 최선일 수밖에 없다. 이는 리비아 사태 초기 반카다피 시위대를 지지했던 미국이 사우디, 바레인, 예멘 시위에선 모호한 태도를 보인 이유이기도 하다.
또 이란 견제에서도 양측의 이해는 일치한다. 바레인의 소수 수니파 왕정이 흔들려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도 민주화 압박을 받게 되면 지역 내 시아파 맹주인 이란에 힘을 실어주게 된다. 이런 결과는 GCC의 수니파 왕정들이 용납하기 어렵고 이란 견제에 부심하고 있는 미국도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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