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4ㆍ27 재보선 승패 판단은 사실상 경기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한 곳의 결과에 달렸다는 말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여야 모두 분당을에서 패하면 다른 곳을 모두 이기더라도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분당을 결과는 여야 지도부의 운명뿐 아니라 대선주자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재보선 이후에 단행될 청와대 개편 및 개각의 폭과 방향도 분당을 결과에 달렸다. 여야가 마지막 에너지를 분당을에 쏟아 붓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분당을 승패는 여러 사람의 정치적 운명을 가른다. 우선 출마 당사자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게 된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승리할 경우 야권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한층 강화하면서 당내 리더십도 공고하게 만들 수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24일 "손 대표가 이긴다면 대선후보 지지율이 상승해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를 제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패배한다면 당 대표 자리뿐 아니라 대선주자 위상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손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재보선 결과에 대해 "승리는 모두의 것이고 책임은 제 한 몸에 가져가겠다"며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제가 할 일이 없음을 알고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도 승리한다면 여권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으면서 정치적으로 재기하게 된다. 반대로 진다면 재기는 어려워진다.
선거 결과는 안상수 대표 등 여당 지도부의 운명 및 이명박정부 국정운영 동력과도 직결된다. 여당이 이긴다면 여권의 국정 주도권은 강화되고, 안상수 대표 체제도 당분간 안정될 수 있다. 하지만 패할 경우 여당 지도부 교체론이 분출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분당을에서 지면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위기감이 현실화하면서 조기 전당대회 요구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와대 개편과 개각의 폭도 예상보다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임태희 대통령실장 교체론이 나올 수도 있다.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임 실장은 분당을 공천 과정에서 강 전 대표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강 전 대표가 질 경우 임 실장은 친이재오계 의원 등의 화살을 피하기 어렵다. 이 경우 청와대 참모, 내각, 여당 지도부 등 여권 전체 판을 새로 짜야 할 수도 있다. '류우익 대통령실장 재기용설'이 나오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아울러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거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만일 분당을에서 손 대표가 승리할 경우 박 전 대표가 조기에 대선 전열을 정비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으나, 정반대로 여권 내에서 박 전 대표의 역할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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