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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재보선 현장을 가다] <3> 전남 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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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재보선 현장을 가다] <3> 전남 순천

입력
2011.04.21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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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단일후보’로 나온 민주노동당 김선동 후보가 유리할 것 같은데 아직은 모르제. 민주당 출신 무소속 후보가 여섯이나 있응께.”

4ㆍ27 전남 순천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어떻게 돌아가느냐고 묻자 버스기사 양모(57)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누구를 찍을 거냐’는 질문에는 “당선될 사람을 찍고 싶은데 지지율이 엇비슷해서 잘 모르겠다”며 웃었다.

보궐선거를 3일 앞둔 24일, 순천에는 선거 분위기가 제대로 풍겨 나왔다. 곳곳에 후보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내걸렸고 시장과 번화가엔 유세차량과 선거운동원들이 쉼 없이 오갔다.

후보가 7명이나 되고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여기 저기 발에 채는 게 선거운동원”이라고 한 주민은 말했다. 이전에는 ‘깃발만 꽂아도 당선’되던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으면서 벌어진 일이다. 자연 무주공산을 차지하려는 후보들간 경쟁도 치열했다. 19일 발표된 순천KBS와 미디어리서치 공동여론조사 결과(조사기간 15, 16일)에서도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후보들(김선동 조순용 구희승)간 격차는 오차범위 안이었다.

후보들은 심각했지만 시민들은 심드렁했다. “어차피 1년짜리 의원 뽑는 것 아니냐”고 했다. 다만 민노당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로 나온 사실을 모르는 시민은 없었다.

구도심 지역인 중앙동에서 만난 김모(68)씨는 “야권 단일후보인 민노당 후보를 밀겠다”며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이기려면 이번에 민주당이 순천을 양보한 게 옳다”는 설명까지 보탰다.

중앙동 의료원 로터리에서 금은방을 운영하는 60대 여주인은 “어제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유세하러 와서 ‘야권 단일후보인 김선동 후보를 찍어달라’고 외치더라”며 “거대여당을 견제하기 위해선 야권이 하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노당 지지자라고 밝힌 이모(32)씨는 “순천에서 광양제철이나 협력업체 등으로 출근하는 근로자들 표심은 김선동 후보 쪽으로 모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서적으로는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인사들에게 더 끌린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문구점을 운영하는 윤모(65)씨는 “무소속 후보들도 당선되면 민주당으로 돌아갈 건데 차라리 인물 경쟁력이 있는 무소속 후보가 낫다”고 말했다. 신도심 지역인 연향동에서 만난 50대 회사원은 “민노당이 되면 순천만 정원박람회 등 지역예산을 확보할 수 있겠냐”며 연신 고개를 갸웃댔다. 조례동 호수공원에서 만난 주부 조모(39ㆍ여)씨는 “친정이 옥천 조씨 집성촌인데 동네 어르신들이 모두 조순용 후보를 밀겠다고 하더라”며 “남편은 순천고 출신인데 동창 가운데 젊은 사람들은 구희승 후보를 밀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모(62)씨는 “인물 경쟁력만 놓고 보면 김경재 박상철 허상만 허신행 후보도 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TV토론에선 일부 무소속 후보들이 민노당 김선동 후보의 대북인식에 대해 집중 공세를 폈다고 한다. 강모(53)씨는 그 얘기 끝에 “김대중 전 대통령도 색깔론에 휘말려 고생 했는데 색깔론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모습이 볼썽 사나웠다”며 은근히 민노당 후보편을 들었다.

하지만 장천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정모(47)씨는 “지역일꾼을 뽑는 선거인데 가게에 들른 민노당 운동원들이 광주뿐 아니라 대구, 부산에서 온 대학생들이었다”며 마뜩찮은 표정을 지었다.

내년 총선,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야권 연대 성공을 위해 민노당 후보에게 표를 던질 것인가,아니면 정서적으로 가까운 무소속 후보를 지지할 것인가. 봄볕이 완연한 4월, 순천의 유권자들은 양 갈래 길 앞에 서 있었다.

순천=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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