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지각… 이헌재 "제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하시냐" 꼿꼿 태도
20일 국회 정무위의 '저축은행 청문회'에는 전ㆍ현정권의 거물급 경제 관료와 금융 수장들이 총출동했다. 여야 의원들이 '저축은행 사태의 책임 소재를 가리겠다'며 이들을 증인으로 출석시킨데 따른 것이다. 이헌재, 진념 전 경제부총리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김석동 금융위원장,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전광우,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 등은 이날 증인석에 나란히 앉아 의원들의 질의에 답했다.
관심은 국민의정부 때 저축은행 규제완화를 주도했던 이헌재 전 부총리에게 집중됐다. 이 전 부총리가 증인 출석 요구에 불응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그는 이날 청문회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증인 심문에서는 그의 '청문회 지각'부터 논란이 됐다. 그는 이날 오후 증인 심문이 시작된 지 약 3시간이 지나서야 나타났다. 윤증현 장관이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와 일정이 겹친다는 이유로 청문회 출석 시간을 4시 이후로 늦췄는데, 이 전 부총리 측에서 '격식을 위해 현직 장관인 윤 장관과 함께 출석하겠다'고 통보했다고 한다. 진념 전 부총리도 이 전 부총리와 함께 늦었다. 이 세 사람을 기다리느라 청문회가 1시간 가까이 정회되기도 했다.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은 "그렇게 의전을 따질 정도로 본인이 특별한 증인이냐"며 "특정 인사만 특별 대우를 받는 그런 대한민국을 원하는 것이냐"고 이 전 부총리를 몰아 세웠다. 이 전 부총리는 "전직 금융책임자를 부르는 데 걸맞은 모양새가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반박하면서 "저도 할 말은 많지만 그 이야기는 그 정도로 끝내 달라"고 말을 잘랐다.
김 의원이 "참 대단하시다"고 비꼬자 이 전 부총리는 "제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라 생각하시느냐"고 되받았다.
이 전 부총리는 청문회 내내 꼿꼿한 태도로 일관했다. 2002년 '상호신용금고'를 '상호저축은행'으로 명칭 변경을 한 것이 저축은행 사태의 주요 원인이라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주장에 그는 "저는 원칙만 제시했고, 당시 다수당이었던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의결해준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 전 부총리는 이날 밤 늦게 청문회가 끝날 무렵엔 "기왕 청문회를 열었으니 저축은행 사태 등을 함께 논의할 좋은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하는 등 다소 누그러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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