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꾼다… 주민들이 직접 풍력발전소 만들고아낀다… 이웃 35명이 3대 차량 함께 쓰고
독일 연방 환경청은 지난해 9월 발표한 국가보고서 에서 "2050년까지 원자력과 화석연료 0%, 재생에너지 85% 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독일 정부가 재생에너지 85%라는 쉽지 않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내건 조건은 의외로 간단하다. 한마디로 "아끼고 바꾼다"는 것. 2050년까지 1990년대의 절반수준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줄어든 에너지 수요의 절반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세계 각국도 재생에너지로 정책을 선회하긴 마찬가지.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11%까지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우리보다 앞서 에너지 자립을 실천하고 있는 독일과 영국의 마을 사례를 통해 재생에너지 시대를 준비하는 해법을 살펴본다.
독일 "재생에너지는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
정부 생산단가 차액지원에 마을마다 재생에너지 창업
독일 중부 작센 안할트에 위치한 다르데스하임 지역에는 '에너콘'이라는 대규모 풍력회사가 있다. 현재 29대의 풍력발전기를 돌려 생산된 에너지는 연간 총 12만~13만MWh(1MWh는 시간당 1,000kW)로 다르데스하임 주민 4,000여명은 물론이고 인근 마을 주민 8만명에게도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지역에너지 수급에 없어서는 안될 이 회사는 대기업이 설립한 게 아니라 다르데스하임 주민들이 1993년에 뜻을 모아 세웠다.
주민들은 에너콘을 설립할 때 20%의 출자금만 부담했다. 나머지는 지역 은행에서 풍력발전단지를 담보로 돈을 빌려 충당했다. 은행이 선뜻 대출을 해준 건 풍력발전으로 생산한 전기의 수익성이 보장됐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재생에너지 기업이 웬만한 주식 펀드보다 훨씬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입을 모았다.
이처럼 독일 국민들은 재생에너지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는 경제성을 걱정하지 않는다. 독일 정부가 2004년 재생에너지법을 시행하면서 재생에너지의 비싼 생산단가와 기존 전기 거래가격간의 차이를 보전해줬기 때문. 우리나라가 2002년 도입했던 발전차액지원제도와 같다.
독일의 전력회사는 2024년까지 태양에너지 풍력 바이오매스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사들일 때 kW당 최대 56센트의 값을 쳐줘야 한다. 일반 화석연료로 발전된 전기에너지보다 무려 2.5배 가량 높은 가격이다.
정부가 무턱대고 퍼주기 지원을 하는 것은 아니다. 독일 정부는 에너지 소비자인 국민이 내는 전기요금을 인상해 예산을 조달한다. 전 국민이 동등하게 부담하기 때문에 전기요금은 1센트도 채 오르지 않았다. 독일은 발전차액지원제도 시행 이후 전기에너지의 14.6%를 재생에너지로 채웠고, 꾸준히 증가추세다.
독일은 이제 전기뿐 아니라 난방 부분에서도 팔을 걷고 나섰다. 2009년부터 도입한 '재생열법'을 적용해 오래된 건물에 한해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리모델링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별도의 융자프로그램을 지원해주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박진희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은 "우리는 발전차액지원제도의 지원금을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떼내는 방식을 취했는데 태양광 설치 등 수요가 급격히 늘자 감당이 안 된다는 이유로 최근 제도를 포기했다"며 "기금 비율을 높이거나 전기요금을 인상하면 해결될 텐데 정치적인 부담으로 아무도 말을 못 꺼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하나뿐인 지구를 위한 마을 디자인"
모든 건물 남향에 삼중창… 낮에 전등 안켜고 단열도
2002년 영국 런던 남쪽 서틀 자치구에 건설된 베드제드는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에너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주거단지다. 100여 가구와 10개의 사무실이 위치해 있는 베드제드는 건물 설계부터 남달랐다.
모든 건물을 남향으로 지어 낮에 전등을 따로 켜지 않아도 된다. 디자인을 강조해 인공조명이 필요한 도시 건물들과 달리 자연 채광을 그대로 이용한 덕이다. 또 벽 두께가 30㎝ 이상, 창은 모두 삼중창으로 설비하는 등 단열을 철저히 해 겨울철 난방비 걱정을 덜었다. 태양광으로 전기 수요 일부를 충당하고 나머지 전력수요는 인근 마을에서 수집한 목재를 분쇄해 가스화시켜 연료로 사용한다.
특히 베드제드의 상징물인 닭 벼슬 모양의 지붕 환기구는 열 교환기로 바깥의 찬 공기를 실내의 더운 공기가 흡수하고 덥혀 난방을 돕도록 한다. 또 집 안에는 '똑똑한' 계량기가 달려있어 가전제품의 전력사용 총량, 가스 사용량을 보여주고 일정량을 넘으면 경보를 울려 알린다.
베드제드에서 가장 눈 여겨 볼 대목은 교통정책이다. 도시에서 가장 많이 쓰는 수송부문 에너지를 줄이고자 주민 35명이 3대의 차량을 함께 사용하는 '카 쉐어링 제도'를 도입했다. 누가 언제 차를 쓸지를 온라인으로 등록해 차례를 기다린 후 사용한다. 불편할 법도 하嗤?이사를 간 주민은 1명도 없다. 베드제드 주민들은 "건물 구조뿐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도 친환경적으로 변했다"고 강조한다.
베드제드의 실험은 영국 주택 에너지혁명을 이끌고 있다. 영국 정부는 2016년부터 신규주택을 탄소무배출 건물로 설계토록 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개발업자에게 환경부담금을 물리는 정책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베드제드와 같은 에코타운을 10개 더 건설할 계획이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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