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울 카스트로 공산당 제1서기 선출300여 혁신안 발표… 전면 세대교체는 미뤄"과도기적 포석" 분석
라울 카스트로(79)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공산당 제1서기로 선출됨으로써 52년 만에 쿠바의 권력 서열 1위가 바뀌었다. 하지만 전면적인 세대 교체는 미뤄져 쿠바의 사회주의 개혁은 점진적으로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4년 만에 수도 아바나에서 개최된 제6차 공산당 당대회는 19일(현지시간) 새 지도부를 구성하고 300여 항목의 경제개혁안을 발표한 뒤 나흘 간의 일정을 마쳤다. 반세기 동안 쿠바를 이끈 혁명의 주역이자 라울의 형인 피델 카스트로(84)는 이날 당원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으며 제1서기직에서 물러났다.
카스트로 의장의 제1서기 승계는 예정된 것이었다. 관심은 그가 보유했던 제2서기 자리에 누가 진입하는가였는데 차세대가 아닌 또 다른 혁명 1세대 호세 마차도 벤투라(80) 국가평의회 부의장이 지명됐다. 외신들이 쿠바 개혁의 방향과 폭이 급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사기업 허용 확대 등 적잖은 개혁조치를 발표하는 동시에 마차도가 제2서기에 임명됐다"며 '포스트 카스트로' 세대를 중용할 뜻을 내비쳤던 카스트로 의장이 마지막에 "늙은 근위병에 발목이 잡혔다"고 전했다. 미국 정책잡지인 아메리카스쿼털리의 쿠바 출신 편집장 크리스토퍼 사바티니는 "개혁정책 실행이나 세대교체가 '역사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historicos)'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는 전망을 NYT에 밝혔다.
하지만 80세의 마차도가 카스트로 의장의 뒤를 이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점에서, 결국은 세대교체를 준비하는 과도기적 포석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NYT는 "마차도는 충직한 보조자로서 후계자를 선택하는 데 조언을 할 뿐 아니라 당과 정부의 권력분산 등 권력구도의 전환과정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덴버대 교수 아르투로 로페즈-레비의 견해도 함께 보도했다.
19일 쿠바 공산당이 발표한 경제 개혁안에는 1963년 이후 유지된 배급제 폐지, 주택과 차 등 일부 사유재산의 소유와 거래 허용 등 혁신적 내용이 포함됐다. 이미 100만명 이상의 공무원 감축, 자영업 범위 확대, 개인농장용 토지 임대 등의 개혁을 추진 중이다. 이런 조치는 아직은 전면적 시장주의로의 전환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카스트로 의장은 폐막일 연설에서 "경제적으로 필요한 변화를 포기하지 않겠지만 자본주의로 돌아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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