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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럽式 포퓰리즘 정책·정부 모럴해저드가 곳간 거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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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럽式 포퓰리즘 정책·정부 모럴해저드가 곳간 거덜냈다

입력
2011.04.2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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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위기 1년 유럽을 가다] 정치가 위기를 키웠다

그리스

30代연금수령 당연시

재정적자 규모 은폐도

포르투갈

실업급여가 소득 40%

유로존 보호막만 기대

아일랜드

구제금융 늑장신청

조달금리 인상 자초해

#.그리스에서는 지난해 구제금융 전까지 미성년 자녀를 가진 15년 이상 직장생활자라면 연금을 받을 수 있었다. 20대 초반에 일을 시작했다면 30대 중반에 벌써 연금혜택을 누렸던 셈. 정권을 잡은 정치인들이 표를 대가로 연금대상을 마구잡이로 늘린 결과다. 아테네에서 만난 한 교민은 "우리가 보기엔 참 황당하지만 유럽 선진국에도 없는 이런 제도를 그리스인들은 오랫동안 당연히 여기며 살았다"고 전했다.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는 '정치가 부른 참극'이었다. 평등과 복지를 강조하는 사회주의적 풍토가 정치인들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과 결합하면서, 나랏돈을 흥청망청 써버렸던 것이다.

그리스는 유럽 내에서도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치로 유명하다. 내전과 쿠데타 등 오랜 혼란 끝에 1981년 처음 집권한 사회당(PASOK)은 이후 정권 유지를 위해 적극적인 인기영합정책을 펼쳤다. 노조 지도부를 당에 포섭하는 건 예사.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공공부문 일자리를 약속하며 표심을 자극했다.

단적인 예가 바로 그리스의 엄청난 교원 규모다. 2007년 기준 중등교사 1인당 학생수는 7.5명. 교육의 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최고로 꼽히는 핀란드(13.1명)에 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가 일자리 확대 차원에서 교원을 지나치게 많이 임용했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많다는 것은 좋은 일이겠지만, 나라는 가난한데 교사만 넘쳐난다는 것은 비정상이 아닐 수 없고, 이 자체가 방만한 공공부문의 상징이다.

정부의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도 심했다. 이번 위기의 도화선이 된 재정적자 규모 은폐는 2001년 유로존 가입 때도 썼던 수법. 2000년 당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103.4%)가 유로존 가입기준(60%)을 훨씬 초과하자 그리스 정부는 재정통계를 조작해 심사를 통과했다. 벨기에 브뤼셀 소재 유럽정책연구센터 신시아 알시디 연구원은 "그리스는 정치인에게 재임 기간중 광범위한 면책특권을 주는 법적 특성 때문에 모럴헤저드가 심해진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포르투갈의 정치문화도 크게 다르지 않다. 90년대 연평균 2.8%에 이르던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2000년대 들어 0.7%까지 크게 낮아졌는데도 정치권과 국민들은 개혁에 둔감했다. 유럽국가 중 가장 높은 실업급여 수준(재직중 소득의 40% 이상)에다, 산별 노조의 단체 임금협상으로 임금 하락은 거의 없었던 결과다. 유로존이라는 보호막 안에 들어왔다는 안도감이 누적되는 체질약화 요인들을 외면하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많다.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정치 풍토는 이번처럼 국가적 위기가 닥쳤을 때 대응도 더디게 한다. 지난 6일 전격 발표된 포르투갈의 구제금융 신청방침은 사실상 3월말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어떻게든 구제금융의 족쇄를 피해보고자 집권당이 마련한 긴축재정안이 3월24일 거대 야당연합의 거부로 의회에서 부결되자 시장은 당장 "이제 구제금융 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고 해석하기 시작했다. 당시 들끓는 여론을 등에 업고 긴축안을 거부한 덕에 오는 6월 총선에서 차기 총리 당선이 유력해진 야당당수가 향후 협상에서는 어떤 자세로 나올 지도 관심이다.

금융권 부실이 국가재정을 급속도로 악화시켰던 아일랜드 역시 구제금융 결단이 조금 더 빨랐다면 위기 극복에 필요한 조달금리를 지금보다 낮출 수 있었을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준 수석연구원은 "남유럽 국가들은 특히 2000년대 들어 정당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여야 모두 지지율을 떨어뜨릴 수 있는 개혁정책을 외면한데다 글로벌 호황의 영향으로 고성장을 구가하면서 개혁의 절박함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브뤼셀ㆍ아테네=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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