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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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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입력
2011.04.20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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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22일 연재에 은현리 하얀 민들레 소식을 전했습니다. 올해는 하루 앞서 하얀 민들레 소식을 전합니다. 은현리 텃밭에 물을 주다가 수돗가 옆에 하얀 민들레가 수북하게 쏟아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꽃들 얼마나 빠르게 피어나는지 헤아려보고 다시 헤아려보는 사이 꽃이 쑥쑥 올라와 도대체 몇 송이의 꽃이 피었는지 나는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나는 꽃들이 피고 지고 새잎이 피고 지는 일에서 자연이 지구의 가장 정확한 시계라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사람의 과학이 지구의 표준시를 만들고 0.0000초까지도 쉽게 구분해내는 시계를 만들어내지만 자연의 시계는 ‘약속’입니다. 자연과 사람의 약속이 시간이 되는 것입니다. 은현리 마당은 매년 4월 20일, 곡우 무렵이면 하얀 민들레가 피는 시계입니다. 산수유나무는 자신의 시계를, 물앵두나무도 자신의 시계를 차고 사람과의 약속을 지킵니다. 그 약속이란 1분 1초가 틀리지 않는 ‘칼약속’이 아니라 ‘둥근 약속’이라 이름하고 싶습니다. 째깍째깍 흐르는 직각의 시간이 아니라 흘러가는 강물 같은 둥근 시간은 모두를 편안하게 해주는 시계입니다. 지지난 해부터 하얀 민들레가 약용으로 뽑혀나가는 것을 금했기에 올핸 더 많은 하얀 민들레가 찾아올 것입니다. 일편단심 하얀 민들레가 찾아와 사람의 시간을 맑고 향기롭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시인ㆍ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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