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혁명을 선도해온 애플의'아이폰'은 출시 전부터 디자인 도용 논란에 휘말렸다. 일부 언론은 LG전자가 패션업체 프라다와 손잡고 개발한 '프라다폰'과 유사하다며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두 휴대폰은 터치스크린 방식을 도입해 화면 표시나 숫자입력 방식이 비슷했지만, 아이폰의 경우 손가락으로 페이지를 넘기는 듯한 조작방식을 택해 컨셉트 자체가 다른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법정 공방을 비켜갔다. 애플의 MP3플레이어 '아이팟'도 독일의 휴대용 라디오 'T3'를 본떠 만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성공을 기반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을 주도하게 된 애플이 반격에 나섰다. 애플은 지난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 4G'와 태블릿PC '갤럭시탭'이 자사 제품을 모방했다며 미국 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삼성전자 제품들이 외관과 사용자환경(UI)은 물론 포장방법까지 애플의 혁신적 디자인을 노골적으로 모방했다는 주장이다.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는 지난달 삼성이 아이패드를 겨냥해 만든 갤럭시탭에 대해 '표절꾼'(Copycat)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 그간 국내 업계에선 제품 외관을 100% 베끼지 않는 한 표절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다 보면 컨셉트와 디자인이 비슷해지는 것일 뿐, 표절이라기보다 트렌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갤럭시S를 비롯해 LG전자와 소니에릭슨 등의 제품 외관이 대동소이해도 별 문제가 없지 않았느냐는 주장이다. 하지만 법의 영역은 다르다. 표절은 저작권 침해의 한 유형이다. 저작물에는 음악 미술 문학과 같은 예술 작품은 물론, 광고나 제품 디자인, 컴퓨터프로그램도 포함된다.
■ 삼성은 기술특허로 맞불을 놓겠다는 입장이다. 애플이 삼성의 특허기술을 무단으로 써왔어도 최대 고객이라 참았는데,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니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휴대폰 선발주자인 삼성으로선 뒤늦게 휴대폰 제조에 뛰어든 애플이 '아이폰 짝퉁' 운운하며 몰아붙이는 게 마뜩잖을 것이다. 그래도 표절 문제는 진지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저작권 보호에 철저한 사회일수록 표절에 대한 사회적 규제도 엄격하다. 미국 특허법원은 제품의 외관이나 일부분, 아이콘 등 디자인 요소의 독창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편이다. 갤럭시S가 출시됐을 때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제기된 아이폰 표절 의혹을 타산지석으로 삼았다면 더 나은 제품으로 애플을 압도할 수 있지 않았을까.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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