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지역별로 전력의 우열이 차츰 분명해지고 어느 한 쪽은 여유를, 다른 쪽은 한숨을 더해 가는 모습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4ㆍ27 재보선은 예외다. 선거일을 일주일 앞두고 국회의원 보궐선거 3곳과 강원지사 보궐선거 등 총 4곳 중 여야 모두 "여기는 이긴다"고 장담할 곳이 하나도 없다.
한나라당은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텃밭인 경기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선에서 접전이 계속되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이달 초 나타난 박빙의 판세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출마 선언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것으로 여겼지만 오히려 선거를 코앞에 둔 지금 손 후보의 기세는 더 위협적이다. 18일 발표된 3개 여론조사 중 손 후보는 2개 조사에서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를 앞섰다. 한나라당 입장에선 "설마…"가 "이러다…"로 바뀌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강원에 집중했던 당력의 무게중심을 분당으로 옮겨 텃밭 사수에 총력을 다할 태세다. 안상수 대표는 19일 강원 일정을 취소하고 분당에서 유세를 펼친 데 이어 20일에도 분당을 찾는다.
강원지사 보선은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가 앞선 가운데 민주당 최문순 후보가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현재 두 후보의 격차는 여론조사에 따라 많게는 20% 포인트에서 적게는 4.6% 포인트에 불과할 정도로 큰 편차를 보인다. 추세로 보자면 격차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앞서고 있는 한나라당도 안심하지 못하고, 쫓아가는 민주당은 조바심이 난다. 특히 민주당은 전남 순천에 후보를 내지 않았고, 경남 김해을에선 국민참여당 후보로 단일화를 한 터라 '분당 박빙, 강원 추격'의 판세에서 느끼는 불안감이 더 크다.
김해을 판세도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후보단일화만 하면 야당 후보 누구든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릴 것이란 선거 초반의 관측은 어그러지고 있다.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에 10~20% 가량 뒤지던 김 후보는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격차를 5~8%로 좁혔다. 이 정도라면 이 후보의 우세라기보다 오차범위 내 혼전이다.
민주당은 요동치는 판세로 야권 공멸의 위기감이 일자 19일 정세균 최고위원과 한명숙 전 총리 등 중량급 인사들을 김해로 급파했다.
야권 단일후보인 민주노동당 김선동 후보와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후보 6명이 난립한 전남 순천 상황도 다르지 않다. 김 후보는 18~19%의 지지율로 선두권에 있지만 다른 후보들과의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내인 1~5% 가량에 불과하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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