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 재발견' 외골수 (주)한국도라지 이장영 대표노동력 절감 신농법 특허피클·음료 등 신제품 개발사포닌 액상차 인기 폭발
"중국산에 밀려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우리 도라지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바꿀 것입니다"
충남 홍성에서 도라지 재배 및 가공공장을 운영하는 이장영(49)씨.
그는 도라지에 미친 사람이다. 생산기반마저 벼랑 끝에 내몰린 토종 도라지를 지키기 위해 젊음을 다바쳤다. 그리고 마침내 도라지의 파종과 수확, 가공 등 모든 생산과정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도라지 관련 특허를 6개나 따 '도라지 박사'로 우뚝 섰다.
유통업으로 한 때 잘나가던 이씨는 10여년 전 돌연 사업을 접고 고향 홍성으로 귀향했다.
그는 설자리를 잃은 토종 도라지의 숨은 경쟁력에 주목했다. 귀향 첫해부터 도라지 주산지였던 홍성일대에서 대규모 재배를 시작했다.
하지만 예상대로 쏟아지는 중국산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시름의 연속이었다. 씨를 뿌린 뒤 제초, 수확, 박피, 쪼개기를 일일이 손으로 해야 하는 구식 농법 때문이었다.
그는 3년 내리 중국산에 참패한 뒤 과감하게 기계화 영농을 시도했다. 노동력을 기존 농법의 30% 수준으로 대폭 절감한 재배법을 개발했다. 재배 때 인력이 가장 많이 소요되는 씨 뿌림과 제초과정에서 2개의 특허를 따냈다.
그는 기술료도 받지 않고 농민들에게 이 특허농법의 전수에 나섰다. 가격경쟁력으로 직결되는 신농법이 알려지면서 매료된 농민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그는 농민들과 의기투합해 도라지연구회를 꾸렸다. 이 연구회는 모두 53농가가 참여해 전국 최대의 도라지 생산단체로 성장했다. 연간 도라지 생산량이 420톤에 이른다.
그는 내친김에 도라지를 활용한 부가가치 창출 연구에 돌입했다.
2009년 가공공장 ㈜한국도라지를 설립하고, 새로운 식품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한국농촌진흥원과 홍성군농업기술센터의 기술과 자금지원으로 날개를 단 그는 지난해 ▦액상차 ▦쨈 ▦장아찌 ▦피클 ▦환 ▦어린이음료 등 6종의 신제품을 출시했다.
그가 개발해낸 것은 도라지가 항암효과를 비롯해 인후, 폐질환, 가래, 천식 등에 도움이 된다는 동의보감 기록을 근거로 만든 건강음료와 식품들이다.
인삼에 버금가는 사포닌 성분을 활용한 건강음료인 액상차는 효능과 맛이 뛰어나 생산량이 소비자 주문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다. 이 음료는 국내 기존 도라지 음료보다 원재료가 월등히 많이 들어가 당도와 효능이 우수하다. 장ㆍ노년층이 선호하는 새로운 건강음료로 인기를 끌고 있다.
피클과 어린이음료는 학교급식 납품을 시작하면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음료는 도라지를 주원료로 파인애플, 복분자, 오렌지, 망고, 포도과즙을 혼합했다. 도라지의 쌉쌀함을 부드럽게 바꿔 서구 음식에 길들여진 어린이들의 입맛을 돌려놓고 있다. 특히 도라지피클은 피자와 햄버거, 치킨에 사용되는 오이피클 대체음식으로 떠올라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밖에 도라지를 갈아 액상차를 첨가한 기능성식품인 생쨈은 반찬이나 간식용으로 팔려나가고 있다. 40∼50대가 주로 찾는 장아찌는 독특한 식감으로 식탁에 자주 오르고 있다.
이씨는 "토종도라지는 항암효과는 물론 다이어트에도 효능이 있어 국민건강에 유익한 기능성식품으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며 "재배나 가공과정에서 드는 인건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인 만큼 이제는 수입도라지와의 경쟁에서 살아 남을 자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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