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보수로 장애인 농구팀 가르치는 김용희씨
"휠체어 탄 선수에게 운동을 가르치면서 처음엔 부딪히고 넘어지는 모습에 가슴이 철렁했어요. 심하게 지적했다가 상처 받을까 말도 조심했어요. 그런데 이건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1984년부터 6년간 여자 프로농구에서 선수생활을 하다가 은퇴한 김용희(46ㆍ여)씨는 1997년 선배의 소개로 장애인 농구팀 '연세다우'를 맡으면서 감독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10년 이상 장애인 농구팀 감독 생활을 했던 김 감독은 2008년부터는 '홀트휠체어농구단'에서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다. 매주 세 차례, 하루 세 시간씩 선수들을 가르치지만 보수를 받지 않고 활동해 왔다.
김 감독은 19일 "서서 뛰어다니면서 농구 경기 하는 거나 휠체어 타고 농구하는 거나 차이가 없다"며 "제가 가르쳐준 걸 잘 해내거나 밖에서 많이 발전했다는 소리를 들을 때 가장 뿌듯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현재 '제17회 홀트전국휠체어농구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김 감독은 "지난해에 준우승에 그쳐 선수들 각오가 대단하다"며 "올해엔 꼭 우승컵을 거머쥘 수 있겠다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10여 년 전 감독을 맡기 전에는 장애인과 한 번도 생활해 본 적이 없었다는 그는 "걱정을 가득 안고 장애인 선수들을 마주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친구들은 내 걱정이 필요 없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 때문에 소극적으로 행동하던 이들도 운동하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외향적으로 변해간다"며 "그런 모습을 보면 힘이 나서 더 열심히 지도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열악한 지원 수준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홀트농구단의 경우 고양시와 홀트복지회에서 지원해 줘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라며 "금전적인 후원뿐 아니라 농구장에 경기 보러 많이 오고 장애인들의 활동에 동참하는 문화가 활발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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