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싸움 등 국회 내 폭력 추방의 길이 더디기만 하다. 여야 의원 52명으로 구성된 '국회 자정모임'은 그제 긴급 성명을 통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제도' 도입 등 국회폭력 방지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것을 여야 원내대표에게 촉구했다.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의 한-유럽연합(EU) FTA 표결 기권 파동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그러나 어제 열린 국회운영위 법안심사소위는 국회폭력 방지를 위한 '국회선진화법안'을 안건에도 올리지 못했다. 여야 원내 지도부가 각자의 관점에서 법안 처리에 부정적인 탓이다. 내주에는 4ㆍ27 재ㆍ보선으로 국회가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해 진전된 여야 협의를 기대하기 어렵다. 국회자정모임의 촉구에도 불구하고 국회선진화법의 4월 국회 회기 내 처리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뜻이다. 여야 원내대표들은 2월 임시국회에서는 국회폭력방지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했었다.
여야 모두 이 법안의 명분에는 이견이 없다. 더 이상 폭력국회를 묵인하지 않겠다는 것이 국민여론이기도 하다. 여야는 그러나 국회의장 직권상정 요건 강화, 의안 자동상정, 위원회 심사배제 요청제, 필리버스터제 적용 대상 및 적용 시기 등 구체적인 내용에서는 사사건건 당략적 이해관계를 앞세운다. 필리버스터링 중단 의결 기준의 경우 한나라당은 보다 완화된 기준(재적의원 5분의 3)을, 민주당은 보다 엄격한 기준(재적의원 3분의 2)을 고집한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다수결 원리에 위배된다며 이 제도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의견도 아직 상당하다.
여야가 현재 위치에서 자기 당에 유리한 규정만 고집하면 국회 내 폭력 추방을 위한 입법은 불가능하다. 한나라당은 야당 시절 지금의 민주당보다 더 여당의 법안 강행처리에 물리력으로 맞섰고,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그런 행태를 지금의 한나라당 이상으로 비난했다. 처지가 바뀌자 같은 사안에 대해 정확히 정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여야가 대승적 입장에서 양보해야만 그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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