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공급 계통 고장으로 가동이 중단된 고리 원전 1호기의 조속한 재가동에 제동이 걸렸다. 문제가 된 전기계통의 스위치 교체로 고장 원인이 제거됐다고 본 한국수력원자력과 달리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차제에 전기계통뿐만 아니라 격납장치와 냉각장치 등 모든 장치의 정밀 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힌 때문이다.
KINS에 따르면 고리 원전 1호기의 고장은 냉각펌프와 급수펌프 등에 전원을 공급하는 스위치 내부의 스프링 장력이 부족해 과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불탄 때문이다. 또 고장 난 스위치가 녹아 눌어붙는 바람에 정상적으로 전류가 흐르는 듯한 상태로 오인된 것으로 밝혀졌다. 다행히 비상용 디젤발전기는 정상적으로 작동해 발전에 필요한 전기계통은 살아 있었다.
언뜻 간단한 고장처럼 들리고, 직접적 안전위협을 제기한 것도 아니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거대지진과 해일이 냉각계통에 비상전원을 공급하는 전기계통 고장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적잖은 우려를 하게 한다. 사고 바로 다음날 KINS와의 협의도 없이 서둘러 '15일 06시'로 재가동 일정을 밝힌 한수원의 경솔한 자세와는 별도로 KINS의 안전 지킴이 역할을 확인한 게 그나마 위안이다.
이번 사고와 재가동 선언, 보류 등 일련의 과정에서 조속한 재가동 의욕을 앞세운 듯한 한수원의 자세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무엇보다 바다 건너 일본에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을 똑똑히 보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배움을 보여주지 못했다. 원전 안전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자신감과는 달리 많은 국민이 여전히 불안을 느끼는 것은 안전 고려에 최우선 관심을 두어야 할 운영기관의 미덥지 못한 태도 탓이기도 했다.
당장 2007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 점검과 사회적 논의를 거쳐 10년 연장 가동을 결정한 고리 1호기의 즉각 폐쇄 주장이 새삼스럽게 불거지고, 연장 가동에 조건부로 찬성했던 사람들의 마음까지 흔들고 있다. 운전재개를 서두르는 대신 철저한 안전점검으로 사회적 자본인 신뢰 회복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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