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원동에서 개인사업을 하는 김모(41)씨는 최근 중고 대형차를 구입하려다 불쾌한 경험을 했다. 김씨는"현금으로 사고 싶다고 했는데도 딜러가 중고차 할부 금융을 이용하라고 권해서 계약서상 이율을 보니 20%가 넘었다"며 "중고차를 산다는 이유 때문에 신용불량자 취급을 받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중고차 할부금융 상품 이용자들이 연 20%가 넘는 금리를 부담하고 있어, 사실상 할부금융사가 고리 대부업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캐피탈, 아주캐피탈 등 할부 금융사들의 중고차 할부금리는 평균 연 20~25%에 이른다. 7.5%~8.0%인 신차 할부의 3배 수준이다. 더군다나 할부 금융사들은 개인의 신용도를 이자율 산정에 거의 반영하지 않고 있다. 업계 1위인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중고차는 리스크가 큰 상품이라 신용도별 차이가 거의 없어 연 20%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중고차 할부 금리가 높은 것은 중고차 거래의 리스크 때문만이 아니다. 할부 금융사간 경쟁으로 고금리의 상당 부분을 중고차 딜러와 판매대행사 몫으로 떼어 주고 있는 것. 업계에서는 소비자가 부담하는 금리의 30% 가량이 중고차 딜러 등에게 리베이트 명목으로 나가고 나머지 70%를 할부 금융사가 챙기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캐피털 사 관계자는"할부금융사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고객을 모집하기 위해 음성적인 리베이트도 커지고 이것이 관행으로 굳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중고차 할부시장의 규모는 2009년 2조2,800억원에서 지난해 3조8,330억원으로 급증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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