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을 처리하기 위한 배드뱅크(Bad Bank) 설립을 두고 회의론이 적지 않다. PF 대출이라는 특성 상 이해관계자가 많아 배드뱅크 설립이 쉽지 않은데다, 설령 만들어진다 해도 부실대출 정상화에 그다지 실효성이 없다는 것. 이해당사자간 셈법도 크게 엇갈려 최종 설립까지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커지는 회의론
금융당국이 “6월까지 PF 배드뱅크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논의는 이제 막 시작된 단계에 불과하다. 금융감독원이 은행 실무진과 회의를 갖고 몇 차례 의견 수렴을 하긴 했지만, 아직 세부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는 상황이다.
실제 배드뱅크 설립이 가능할지, 또 실효성은 있을지 아직까지 전혀 검증되지 않은 상황.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19일“PF 대출은 일반 대출과 달라서 은행, 2금융권, 기업어음(CP) 투자자, 시행사, 시공사 등 이해관계자들이 상당수”라며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조율하지 않고 배드뱅크에 부실채권을 모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특히 금융당국의 구상처럼 은행들의 PF 대출만 모으는 경우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어차피 은행들이야 굳이 배드뱅크를 만들지 않더라도 협조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며 “2금융권이나 CP 투자자들을 아우르지 않고 배드뱅크에 부실채권을 모은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사업성이 있는 우량 사업장이라면 신규 자금 지원 등을 통해 정상화가 가능하지만, 사업성이 떨어지는 부실 사업장의 경우 배드뱅크가 세워진다 해도 달라질 것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당국 내에서도 회의론이 제기되는 게 사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민간 배드뱅크인 유암코 측에서 아이디어를 내서 가능성 여부를 타진해보고 있는 수준”이라며 “배드뱅크 설립이 가능할지 앞으로 많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엇갈리는 손익계산서
당사자 간의 이해도 엇갈린다. 우선 PF 부실대출이 많은 은행은 배드뱅크 설립을 반기는 분위기지만, PF 부실대출 규모가 적은 은행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PF 부실채권 비율이 낮은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별로 사정이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모든 은행이 배드뱅크에 참여하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향후 사업장 정상화를 위해 신규 자금 지원 등이 필요할 경우 추가 출자를 해야 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일단 발목이 잡히면 빠져 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반면 건설업계엔 배드뱅크 설립이 호재가 될 전망. 한화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PF 배드뱅크가 건설업계의 불확실성을 푸는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저축은행 업계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이번 조치가 기본적으로 은행 PF 대출의 해법이라는 점에서는 실망스럽다는 반응. 하지만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를 계기로 부실 사업장 정상화가 이뤄진다면 해당 사업장에 대출을 갖고 있는 저축은행들도 득을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