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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자본주의, 당신의 지성·감성을 착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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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자본주의, 당신의 지성·감성을 착취한다

입력
2011.04.1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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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로 인한 실업, 가난, 물가 상승, 양극화 등 고통은 여전하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위기를 빠져나갈 길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이 위기는 자본주의의 의례적 순환일 뿐이고 언젠가는 위기를 넘어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이에 대해 한국의 대표적 자율주의 이론가 조정환씨는 최근 낸 저서 <인지자본주의>(갈무리 발행)를 통해 현재의 자본주의를 인지자본주의로 규정하면서 스스로의 위기 극복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인지혁명을 제시했다.

조씨에 따르면 인지자본주의는 14~17세기의 상업자본주의, 이후 20세기 후반까지의 산업자본주의에 이은 3기 자본주의다.

인지라는 말은 주로 과학에서 사용돼 왔다. 저자는 이러한 과학적 의미를 확장해 인지라는 개념을 새롭게 제시한다. 조씨에게 인지는 감각 지각 추리 정서 지식 기억 결정 소통 등 개인 및 사회적 수준의 정신 작용 모두를 포괄하는 용어다.

인지자본주의는 바로 인지노동을 착취 대상으로 삼는 자본주의다. 이런 점에서 상업노동이나 산업노동을 착취했던 전 단계의 자본주의와 구분된다. 이는 노동자의 신체뿐 아니라 사교술, 정서적 교감 능력, 지능, 언어 능력, 소통 능력 등 다양한 인지 능력을 착취한다.

실제로 간호가 예술가 기자 텔레마케터 등 현대 인지자본주의 시대의 노동자들은 모두 자신의 신체뿐 아니라 이런 인지 능력들을 사용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이처럼 인지자본주의는 인간의 근력을 착취하는 데 머물지 않고 인간의 생명 지각 지식 감정 마음 소통 욕망 행동 등의 움직임을 조직하고, 그것이 생산한 가치와 부를 수탈 및 착취한다.

하지만 저자는 인지자본주의가 조로화해 죽어 가고 있다고 한다. 특히 2011년 두 개의 사건이 인지자본주의가 자신이 불러낸 힘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음을 보여 줬다고 지적한다. 하나는 일본 도호쿠대지진에 뒤이은 원전 폭발과 방사능 위기다. 이 사건은 인간의 인지 능력을 통해 획득한 원자 에너지라는 거대한 힘을 자본주의가 스스로 주체할 수 없음을 생생히 보여 주고 있다. 둘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인지적 수단에 힘입어 일어난 북아프리카 및 중동의 연쇄적이고 연속적인 혁명이다. 이 역시 인지자본주의가 기존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보여 주고 있다고 조씨는 분석한다.

조씨는 인지자본주의의 위기를 극복할 해법도 인지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그는 자본주의와 자본 축적을 위한 인지 사용이 아니라 삶의 혁신과 행복을 위한 인지혁명을 제안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경쟁을 부추기는 개인적 생산과 소유가 아니라 공동 생산, 축적을 위한 지성이 아니라 자유를 위한 자율적 다중지성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혁명은 자본주의 위기와 공항 속에서 생긴 공포 불안 우울 등으로부터 벗어나는 치유 작업이기도 하다.

조씨는 "이 책은 10년 동안의 연구 성과를 집약해 결산한 책이다"라며"인지자본주의의 분석을 바탕으로 어떻게 세상을 바꿔 나가야 할지를 제시하는 <혁명의 세계사>도 곧 출간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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