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27 재보선에 출마한 여야 후보들이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선거법에 따라 21일부터 투표 당일까지 이번 선거와 관련된 새로운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없게 됐다. 가뜩이나 여론조사기관마다 내놓는 선거 전망이 들쭉날쭉한 상태에서 '깜깜이 선거전'으로 접어든 것이다. 한국일보는 종반전에 들어서는 재보선 현장을 순차적으로 찾아 민심의 풍향을 살펴봤다.
21일 오후 경남 김해시 장유면 대청리 롯데마트 인근. 4ㆍ27 재보선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와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 측이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선거 캠프를 차려 놓은 번화가이다. 골목 어귀에 들어서자마자 '김해 발전에 제 전부를 바치겠습니다'(김 후보), '야4당 단일후보 김해사람'(이 후보) 등 두 후보의 선거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두 후보가 혈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바닥 민심도 양쪽으로 갈려 있는 듯 했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남모(43)씨는 "경남지사 두 번 지낸 김태호씨를 찍어야 김해가 발전 안 하겠습니꺼. 야당은 돌아가신 분을 너무 우려묵어서 싫어예"라고 김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반면 대학생 김모(23)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 정신을 살리려면 이봉수씨가 돼야 됩니더. 이봉수씨 찍으면 유시민씨도 잘 되는 거 아입니꺼"라고 이 후보 지지층임을 명확히 했다.
장유 신도시는 김해을 8개 읍면동 유권자(21만932명) 중 39.8%(8만3,913명)가 밀집한 곳으로 여야 후보들이 가장 공을 들이는 지역. 한 아파트에서 만난 여모(54)씨는 "봉사활동 회원 20여명과 밥을 먹는데 부쩍 '김태호가 인물이다'는 사람들이 많습디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권모(66)씨는 "정부가 하는 것 보면 너무 독선적이라서 여당은 안 찍을랍니더"라고 말했다. 유권자들의 엇갈린 표심을 접하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장유 다음으로 인구가 밀집한 내외동(유권자 6만2,754명. 29.8%)도 주요 승부처다. 중앙사거리 인근 아파트서 만난 유모(50)씨는 "야당 경남지사나 김해시장이나 미운오리새끼 아입니꺼. 예산을 따오려면 국회의원이라도 여당이 되야지예"라고 말했다.
자영업자인 허모(30)씨도 "김태호씨가 혼자 비 맞으며 인사하고 다니던데 참말로 안 돼 보입디더. 총리후보자까지 지낸 양반인데"라고 동정 여론을 전했다. 반면 부산으로 출퇴근하는 임모(38) 이모(37)씨 부부는 "여당이 하는 짓이 밉기도 하고 김해 사람으로서 노무현 정신을 살릴 사람을 찍어야 안 되겠습니꺼"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김 후보가 내세우는 인물론과 이 후보가 앞세우는 노 전 대통령의 정신 계승론이 충돌하고 있었다.
선거 초반 20% 포인트 차로 뒤지던 김태호 후보가 맹추격을 벌이면서 김해을 판세는 출렁이고 있다. 17~19일 실시된 KBS-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선 김 후보가 이 후보에 3.9% 포인트까지 따라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후보의 '나홀로 선거' 전략이 주효한 점도 있지만 야권 단일후보인 이 후보에 대한 민주당 지지층의 결속력이 신통치 않은 탓이란 분석도 있다. 그러나 지역 사업에 대한 중앙 정부의 지원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보는 이들은 이 후보 지지를 통해 반(反) 여당 정서를 내비쳤다.
세 번째 밀집지역(유권자 3만79명. 14.3%)이자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이 위치한 진영읍. 노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어 이 후보가 다소 우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곳이다. 이 후보를 응원하는 주민들이 많았으나 김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힌 주민들도 적잖이 있었다.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이기에 그 후계자를 찍겠다"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와 "이 후보보다야 도지사를 지낸 김 후보가 낫다"는 인물론이 맞부딪치고 있었다.
김해=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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