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늦어지지 않을 것
통계청이 19일 결혼문화 변화를 함의하는 ‘2010년 혼인·이혼 통계’를 밝혔습니다.
지난해 이혼건수는 1년 만에 7,000건(5.8%)이 줄었고, 인구 1,000명당 이혼건수인 조이혼율은 2.3건으로 13년 만에 가장 낮아졌습니다.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1.8세, 여성 28.9세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매우 중요한 데이터입니다. 향후 결혼문화 추이를 예측할 수 있는 단서들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혼율은 더 이상 늘어나지 않으리라는 것, 현 세대가 결혼을 가장 늦게 하는 세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겠습니다.
다들 기억하시지요? 1990년대를 지나 2000년대에 이르는 10여 년은 한국사회에서 그야말로 질풍노도의 시기였습니다. 기존의 많은 질서가 해체되고, 새로운 가치기준이 만들어졌습니다. 결혼도 예외는 아니었지요. 이혼율이 급증하고, 결혼적령기가 높아지면서 ‘골드미스’라는 새로운 계층이 등장했습니다.
전례가 없는 변화를 겪으면서 사회구성원들은 크게 갈등하고 또 위기감이 조성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거치면서 이제 조정기로 들어선 듯합니다. 바닥을 친 것이라고나 할까요. 이혼율은 떨어질대로 떨어졌고, 결혼적령기는 늦어질대로 늦어진 것입니다.
그동안에는 가정생활에 문제가 있으면 이혼을 했지만, 이제는 이혼이 해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이혼의 3대 환상을 아십니까? 전 배우자와의 관계가 완전히 청산된다, 마음껏 연애할 수 있다, 그리고 언제든 결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상은 어떤가요? 이혼하면 경제적, 정신적 손실이 크므로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물론 그 기간에는 연애도 하기 어렵습니다. 결혼생활에 대한 두려움, 왜곡된 생각을 쉽게 떨칠 수가 없으니 재혼 역시 쉽지 않습니다.
차라리 함께 살면서 해결해보자는 자세가 자연스럽게 확산됐지요. 이혼은 막아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에서 비롯된 계도 효과도 일정부분 작용했습니다. 아울러 결혼적령기 상승에 대한 일종의 반발심리가 드러나기에 이르렀습니다. 결혼을 늦게 함으로써 얻는 이익보다는 어려움으로 눈길을 돌리게 된 것입니다. 평생 독신으로 살 것도 아니고, 언젠가 결혼을 해야 한다면 출산과 양육은 피할 수 없는 절차입니다. 따라서 결혼을 늦게 하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고 자각하게 된 것이지요.
조혼 바람도 분다
제 주변에는 46세의 커플매니저가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스물셋에 결혼을 했지요. 친구들 중에서 결혼이 가장 빨랐다고 합니다. 자기는 무릎 나온 ‘추리닝’을 입고 아이들 똥기저귀를 갈 때 친구들은 커리어우먼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 부러웠던 적도 있습니다.
요즘은 처지가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막내가 대학에 들어가던 3년 전 그녀는 커플매니저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반면 그 옛날 그녀에게 부러움의 대상이던 친구들은 이제 중학생, 고등학생의 학부모로 정신 없이 살고 있습니다. 일부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데 늘 일에 찌들어 있고, 일부는 결혼과 함께 혹은 아이가 자라면서 퇴직한 후 전업주부가 됐습니다.
다들 그녀의 새로운 출발을 부러워하며 자신에게도 그런 기회가 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친구들을 부러워하던 그녀를 이제는 친구들이 부러워합니다. 상황이 역전된 것입니다. 결혼, 빨리 할 만하지요?
30, 40대 싱글들이 결혼을 하면 환갑이 넘어서까지 자녀를 뒷바라지해야 합니다. 게다가 늦은 출산에 따른 건강상의 우려도 높습니다. 20대 초ㆍ중반의 결혼상담이 늘고 있는 것을 보면 조혼의 경향도 감지됩니다. 여성 본인뿐 아니라 부모들도 마냥 기다려주지는 않고요. 건강할 때 일찍 결혼해 일찍 자녀를 낳아 길러서 40, 50대를 좀 더 멋있고 여유 있게 보내자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이들입니다.
2~3년 후 다시 봐야 알겠지만, 결혼적령기는 더 이상은 늦춰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왕 결혼을 할 것이라면 서두르는 게 좋다고 여기는 사람입니다. 조정 국면으로 접어든 결혼적령기가 더 이상은 늦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 남녀본색
신혼이혼도 많고, 황혼이혼도 많은 세상이다. 그렇다면 자녀가 있는 경우와 없는 이혼자들의 연령에는 차이가 있을까.
결혼정보회사 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는 자녀가 있는 이혼 남녀 1,231명(남 686ㆍ여 545명)과 자녀가 없는 이혼 남녀 1,247명(남 590·여 657명)을 대상으로 이혼 때의 연령을 조사했다.
자녀 유무에 따른 이혼 당시 평균 연령을 분석한 결과, 자녀가 있는 남성은 40.1세로 자녀가 없는 남성의 35.6세보다 4.5세 가량 높았다. 자녀가 있는 여성의 평균 연령은 35.9세로 자녀가 없는 여성의 31.8세보다 4.1세 가량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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