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는 안하려…" 유서납치 심부름한 외조카사위 '고모부 모시고 들어간다' 큰 아들에 문자 보내 의문
경기 평택시에서 50대 여성이 남편을 엽기적인 방법으로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일단 부부 갈등에 따른 비극으로 보고 있지만, 주변 인물들의 연루 의혹 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17일 오전 9시8분께 평택시 김모(58)씨의 2층 단독주택 1층 방안에서 김씨와 부인 양모(58)씨가 숨져 있는 것을 큰 아들(35) 부부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김씨는 양손과 발이 청테이프로 묶인 채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고, 양씨는 대들보에 목을 맨 상태였다. 주변에는 피 묻은 골프채와 삽,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으려 했다"는 등의 내용이 적힌 A4용지 1장짜리 유서가 남아 있었다.
집 앞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는 16일 오후 11시43분께 양씨와 외조카사위 장모(32ㆍ회사원)씨, 장씨의 동네 선후배인 조모(34ㆍ무직)씨, 김모(20ㆍ군인)씨, 박모(19ㆍ무직)씨가 김씨를 강제로 끌고 집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약 10분 뒤에는 조씨 일행 중 김씨가 밖으로 나와 청테이프를 들고 집에 들어가는 장면이 잡혔고, 4분 뒤에는 장씨와 조씨 일행이 집을 나서는 모습도 찍혔다. 이어 17일 0시18분께는 양씨가 삽을 들고 들어가는 모습이, 약 40분 뒤에는 양씨가 유서를 쓰고 목을 매는데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필기도구와 끈 등을 갖고 안으로 들어가는 게 촬영됐다.
경찰은 이런 증거와 함께 양씨가 숨지기 열흘 전 장씨에게 "고모부가 때리는 것을 막아달라"고 연락했고, 사건 당일인 16일 오후 "고모부를 집으로 데려오라"고 한 것으로 미뤄 양씨가 살인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장씨와 조씨 일행이 16일 오후 10시께 집 근처 찜질방 앞에서 김씨를 강제로 렌터카에 태워 데려간 뒤 14분간 집안에 같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이들이 김씨 살해에 직접 가담했을 가능성도 조사 중이다. 이들은 그러나 "수고비로 500만원을 받았지만 데려다 주고 테이프로 묶은 뒤 나왔을 뿐 살해에는 가담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장씨가 사건 당일 김씨 부부의 큰 아들에게 '고모부 모시고 들어간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에 주목하고 공범이 더 있는지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양씨가 남편의 폭력으로 이전부터 이혼을 요구했고, 김씨의 재산이 수백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이웃들의 진술이 있어 정확한 범행동기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평택=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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