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째 고물 팔아 이웃돕는 장애노인 이기태씨
기초생활수급자인 70대 장애 노인이 폐품을 모아 자신보다 못한 이웃을 돕고 있다. 주인공은 충북 옥천군 청산면 교평리에서 '희망고물상'을 하는 이기태(70)씨.
이씨는 20여년 전 방앗간에서 일을 하다 장갑 낀 손이 분쇄기에 빨려 들어가는 사고를 당해 양손 손가락 2개씩을 잃어 지체 4급 장애인이 됐다. 이듬해에는 땔감을 구하러 산에 올랐다가 낭떠러지에서 굴러 떨어지는 바람에 다리가 으스러져 꼬박 1년을 병원에서 보내야 했다.
연이은 사고로 실의에 빠져있던 그에게 용기를 준 것은 이웃의 따뜻한 정이었다.
"오랜 병원 생활로 막막해하던 때 이웃들이 쌀과 반찬, 옷가지 등을 가져다 주며 가족처럼 돌봐줘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그 때부터 '나도 몸이 나으면 남들을 도와야겠다'고 굳게 마음 먹었지요"
어느 정도 건강을 회복한 이씨는 집 옆 공터에 160㎡의 고물상을 차리고 폐지와 고철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가 매일 새벽 2시부터 청산면 일대를 돌며 수집하는 고물은 약 5kg. 불편한 몸을 이끌고 한달 내내 쉬지 않고 손수레를 끌어서 손에 쥐는 돈은 20만원에 불과하다.
그는 이를 꼬박꼬박 모아뒀다 연말이면 청산면내 혼자 사는 노인과 소년소녀가장들을 찾아 라면 등을 전달하고 있다. 고물상을 차린 뒤 한해도 거르지 않고 실천하는 연례 행사다.
이씨는 틈이 나면 보건소 이동목욕차를 따라가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찾아 목욕 봉사도 하고 있다.
이웃들의 가정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는 어려운 주민과 행정기관 복지지원팀과 연결하는 가교역을 하면서 지난 11일 옥천군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으로 선정됐다.
이씨는 "어려운 이웃에게 작은 힘이 돼주고 싶어 고물상 상호를 희망이라 지었다"며 "나도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이 어렵지만 더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옥천군은 20일 제 31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이씨에게 군수 표창을 할 예정이다.
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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