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문화재청이 1961년 10월 2일 문화재관리국으로 출발한 지 50년이 되는 해다. 문교부 외국으로 있다가 99년 5월 24일 문화재청으로 승격했다.
문화재 행정 50년을 맞아 문화재청은 ‘문화유산 반세기_과거, 현재, 미래’ 특별전(9월 26일~10월 2일 국립고궁박물관)을 비롯해 기념 심포지엄, 발간, 문화유산 사진과 동영상 공모전 등으로 지난 반세기를 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한다.
문화재청이 그동안 해 온 일은 국민 공모로 선정한 50주년 기념 케치프레이즈 ‘어제를 담아 내일에 전합니다’에 잘 나타나 있다. 최광식 청장은 지난 반세기 문화재 행정의 성과를 ‘문화유산의 발견과 보존’으로 요약하면서 “국민의 참여와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관리국으로 출범한 이래 사라지거나 훼손된 문화재를 원래 모습대로 복원하는 데 힘써왔는데, 최근에는 문화유산의 ‘활용’방안을 찾는 일도 시작했습니다. 문화재는 박제가 아닌 살아 있는 역사로 국민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사랑받아야 하니까요.”
아직 해결 못한 묵은 과제로 그는 문화재 보존과 개발의 갈등을 꼽았다.
“문화재의 원형 보존에는 사유재산권 제한이 따르기 마련이어서 문화재가 개발의 걸림돌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난제지요. 여전히 모두가 만족할 만한 해법을 찾지 못했지만 계속 노력할 겁니다.”
해외로 불법 반출된 문화재 환수도 앞으로 해야 할 중점 과제라고 밝혔다.
“약탈당한 외규장각 도서가 프랑스에서 돌아오는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문화재 환수에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정확한 현황을 파악해서 불법 유출된 것은 돌려받고 적법하게 나간 것은 현지에서 한국 문화를 알리는 콘텐츠로 활용해야지요. 이를 위해 내달 문화재청 안에 생기는 국외문화재팀은 현황 조사와 관련법 검토 외에 시민 단체의 환수 활동도 열심히 지원할 계획입니다. 국외문화재팀 인력 6명만으로는 절대 부족하기 때문에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해외문화재 전담 재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국보나 보물 등 국가 지정 문화재에 비해 지방문화재 관리가 소홀하다고 지적하자 그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지방문화재 관리가 2005년 각 지방자치단체로 이관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인력도, 관심도 많이 모자란 실정입니다. 현재 문화재 전담 부서가 있는 곳은 광역단체 3곳(서울 인천 경북), 기초자치단체 3곳(경주시 공주시 김해시)에 불과하고, 지역 개발 우선에 따라 문화재는 정책 순위에서 뒤로 밀려나곤 합니다. 시도 지정 문화재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문화재 행정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지방문화재 관리 예산인 분권교부세는 오히려 감소 추세여서 2005년 행정안전부로 이관 당시 380억원이던 것이 올해는 348억원으로 해마다 줄었습니다. 지방자치도 중요하지만 문화재만큼은 중앙 집중관리가 필요하지 않나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고대사 전공 학자인 그는 고려대박물관장 8년, 국립중앙박물관장 2년을 거쳐 올해 2월 청장이 됐다. 문화유산 활용에 대한 그의 각별한 관심은 박물관을 운영해 본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문화유산을 국민이 좀더 가까이 느끼고 체험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는 문화재 행정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가 그것이다.
“문화재 외형 보존에 그칠 게 아니라 스토리텔링을 결합해 속을 채워야죠. 궁궐도 겉모습만 보지 말고, 거기에 깃든 역사와 이야기를 알면 더 사랑하게 되지 않겠어요? 디지털화는 우리 문화유산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도 중요합니다. 세계유산인 석굴암을 봅시다. 석굴암 내부는 입장 금지입니다. 들어가도 어두워서 잘 안 보이죠. 석굴암 등 세계유산을 디지털화하고 3차원 영상이나 홀로그램을 만들어 홍보하면 평면적 사진이나 정보로 소개하는 것보다 효과적일 겁니다. 그걸 보면 외국인들도 한국에 와 보고 싶어지지 않겠어요? 문화재 행정은 문화재청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국민과 함께하는 겁니다. 국민들이 찍은 문화재 사진, 동영상, 글을 활용하는 것도 문화재 사랑을 넓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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