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 국의 국수주의 우경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실시된 핀란드 총선에서 극우 포퓰리즘 성향 정당 ‘진짜 핀란드인(TFㆍTrue Finn)’이 약진한 것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프랑스 네덜란드 스위스 등은 물론 사회복지 천국으로 불리던 북유럽에서도 극우정당의 득세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핀란드에 앞서 지난해 9월 스웨덴 총선에선 극우정당의 약진이 확인됐다. 반(反)이민, 반(反)유대주의를 앞세운 스웨덴민주당(SD)이 5.7% 득표율로 5석을 획득, 창당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의회에 진출한 것이다. 앞서 2009년 노르웨이 총선 때는 진보당(FrP)이 의석 점유율 22.9%, 2007년 덴마크에선 덴마크인민당(DF)이 13.9%를 기록하는 등 극우정당의 약진은 이어져왔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핀란드의 TF당 약진은 스칸디나비아 지역을 지배해왔던 중도좌파 정당 시대가 막을 내렸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전했다.
북유럽뿐만 아니라 지난해 6월 네덜란드 총선에선 극우 자유당이 제3당으로 부상해 연정 참여 협상 중이고, 스위스인민당(스위스) 북부동맹(이탈리아) 등의 극우정당은 이미 연정에 참여한 상태다. 또 프랑스도 극우 국민전선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9%의 득표율을 보였고, 장 마리 르팽 당수는 2012년 대선 여론조사에서 2, 3위권을 달릴 정도로 강세다.
극우정당들은 각종 선거에서 국수주의를 앞세운다. 아프리카와 아랍권 등의 이민자 반대, 반(反)이슬람, 반(反)유럽통합 등이 핵심 구호다. 이런 정당들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소수 인종주의자로 치부됐다. 정치적 영향력도 미미했고 득표율은 한자릿수 미만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2, 3년 새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영국 BBC는 “핀란드와 스웨덴의 극우정당들은 이민자에 대한 반감을 이용했고, 덴마크에선 인종혐오주의가 주요 정당까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민자들이 복지예산을 잠식하고 우리 몫을 뺏어간다’는 극우 정당들의 논리가 지지 확산에 이용되는 것이다.
특히 최근 전세계적인 경제 위기로 사회 불안이 확산되면서 극우 국수주의는 더 힘을 얻고 있다. 2005년 이민자 시위로 한 차례 홍역을 앓은 프랑스는 온몸을 가리는 무슬림(이슬람 신도) 여성 복장인 부르카 금지법 발효로 대표되는 반이슬람 성향을 확실히 하고 있다. 17일 프랑스 당국이 튀니지 이민자 등이 탑승한 이탈리아발 열차의 국경 통과를 막았던 것도 반이민주의의 대표적 사례다.
영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난 2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30년 간 유지돼 온 자국의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 정책 실패를 선언했다. 이민자를 받아들이고 그들의 민족적, 종교적 문화를 용인해온 과거를 부정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차기 선거를 의식한 지도자들의 국수주의 부추기기, 팍팍한 생활고가 유럽 특유의 관용 정신을 흔들었다는 지적들이 쏟아지고 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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