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로테르담 세계탁구선수권(8~15일)에 출전할 남녀 탁구대표팀이 확정됐다. 그러나 선발전이나 평가전 없이 전원 추천으로 대표팀이 구성돼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탁구협회는 18일 세계선수권에 나설 남녀 각 8명의 대표팀을 발표했다. 주세혁과 유승민(이상 삼성생명), 김경아와 석하정(이상 대한항공) 등 한국 남녀탁구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대부분 포함돼 겉으로 보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원칙과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상비군 34명 중에서 세계선수권 멤버를 정한 협회는 “세계랭킹과 최근 열린 프로오픈 대회 성적을 기준으로 삼았고, 선발전 성적과 복식 전형 등을 고려해 출전 선수들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협회 규정에 따르면 상비군에서만 대표 선수를 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오상은(KT&G)의 경우 상비군에 포함되지 않고도 발탁됐다. 오상은은 상비군 선발전에서 부상을 이유로 기권한 바 있다. 물론 오상은은 지난 11일 끝난 국제탁구연맹(ITTF) 스페인 오픈에서 단ㆍ복식 우승을 차지한 데다 세계랭킹이 국내에서 주세혁(10위)과 유승민(11위) 다음으로 높다. 그렇기에 오상은의 대표 선발을 고려했다면 추천으로 상비군에 먼저 포함시킨 뒤 대표로 발탁했어야 맞다.
협회는 대표팀 전체를 추천으로 뽑는 이례적인 선발 방식을 취했다. 이번 결정은 선수 보호 차원과 국가경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대표팀의 자구책이라는 게 협회 관계자의 설명. 그렇지만 최소한 평가전이라도 열어 모든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줬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한 실업팀 감독은 “아무런 평가 기준과 원칙 없이 추천으로 선수를 선발했으니 열심히 해서 상비군에 포함됐지만 대표팀에 뽑히지 않은 선수를 납득시킬 방법이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추천제를 가장 먼저 제안했던 강희찬 여자대표팀 감독은 “선수 보호뿐 아니라 최상의 전력으로 세계대회를 출전하기 위해서는 추천제가 필요했다. 다만 앞으로는 기본적으로 대표 선발전을 열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한다”고 말했다. 대표 선발전은 태극마크를 꿈꾸는 모든 선수들이 기다리는 무대다.
지난해 12월 한국탁구 발전을 위한 공청회에서도 ‘대표팀 선발의 원칙과 기준 모호’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새어 나온 바 있다. 첫 전임 감독제 도입으로 한국탁구의 위기 탈출을 약속한 협회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는 무리수를 두었다. 한국탁구 발전을 위해서는 협회부터 환골탈태해야 한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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