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해설과 신문칼럼을 맡고 있는 필자는 요즘 기자들에게 전화를 자주 받는다. 챔프전 예상을 해달라는 질문이 대부분이다. 어쩔 수 없이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 주긴 하지만 사실 예상이 어려울 때가 많다.
필자는 챔프전 시작 전부터 장기전으로 가면 KCC, 단기전으로 가면 동부가 유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두 팀은 지난 주말 전주 1, 2차전에서 1승씩을 나눠가졌다.
예상의 근거는 이렇다. KCC는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선수가 10명 정도 되는데다 누가 나가도 구멍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멤버들의 기량이 고르다. 반면 동부는 주전 5명 이외에 식스맨들의 경험이 부족하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KT와 4강전 때처럼 동부의 외곽슛이 터져 준다면 승부는 말 그대로 안갯속으로 빠져들 것 같다.
1, 2차전의 승부를 갈랐던 요인으로 집중력과 정신력 그리고 벤치의 경기운영을 꼽을 수 있다. 1차전에서는 동부가, 2차전에서는 KCC가 모든 면에서 앞섰다.
스포츠에서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야구에서는 잘 던지던 투수가 실책 하나로 갑자기 흔들린다. 골프에서는 연속 버디를 잡다가도 한순간에 무너지는 경우가 흔하다.
허재 KCC 감독과 강동희 동부 감독의 특별한 인연 때문에 ‘호형호제 시리즈’로 불리는 KCC-동부의 챔프전. 서로 알 만큼 알고, 분석할 만큼 분석했다.
“인적 자원이 우세한 KCC가 승리할 것이다” “트리플 타워의 동부가 이길 것이다”는 예상은 어디까지나 예상일 뿐이다. KCC는 2008~09시즌에 이어 또 한 번 정규시즌 3위 신화를, 동부는 사상 첫 정규시즌 4위 기적을 꿈꾸고 있다.
남은 ‘5전3선승제’의 관건은 분위기다. 어느 팀이 코트 분위기를 장악하고, 또 유지할 수 있느냐에 따라 승부는 갈릴 것이다. 두 감독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도 바로 분위기가 아닐까 싶다.
전 서울 SKㆍ구리 금호생명 감독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