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검찰개혁안의 3대 핵심 쟁점 가운데 대검 중수부의 수사기능 폐지, 판ㆍ검사 비리 전담 특별수사청 신설 문제는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으나 일단 검ㆍ경 수사권 조정 부분은 검찰소위 합의에 도달했다. 검찰의 반발이 여전한 데다 다른 쟁점 처리와도 맞물려 향후 전체회의 통과 여부는 아직도 불투명한 게 사실이지만, 사개특위 활동시한인 6월 내에 현실화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 것이다.
사개특위 검찰소위는 형사소송법에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하는 한편, 경찰은 검사의 수사 지휘에 따라야 한다는 별도 조항을 신설하기로 했다. 현행 형사소송법 196조1항에 사법경찰관에 대해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해야 한다'고 규정한 것을,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식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해야 한다'고 바꾼다는 것이다. 경찰은 지금까지는 입건 단계부터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했지만, 이제는 독자적 판단으로 수사에 착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검찰청법 53조의 '검사에 대한 경찰의 복종 의무' 조항은 삭제키로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를 경찰의 '수사권 독립'으로 볼 수는 없다. 사개특위는 형사소송법에 '사법경찰관은 수사에 대한 검사의 지휘가 있는 때에는 이에 따라야 한다'는 조항도 함께 신설, 검찰이 지금처럼 경찰 수사를 지휘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큰 틀에서 보자면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그대로 남은 셈이어서 당장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그런데 검찰은 왜 "수용할 수 없다"고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것일까. 이번 사개특위 합의로 본격적인 검ㆍ경 수사권 조정 논의의 출발점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경찰이 수사 주체성에 대한 법적 근거를 확보한 만큼 향후 언제든 '수사권 독립' 카드를 들고 나올 수 있게 된 것이다.
경찰은 이번 합의를 "바람직한 결정"이라며 반기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대부분의 사건을 경찰이 수사하는 데도 법에는 근거가 없어 사기가 저하돼온 것이 사실"이라며 "현실을 반영해 검찰과 경찰이 동등한 수사 주체로 인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러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맞닿은 영역에서 이미 방대한 권한을 갖고 있는 경찰이 수사권까지 가지면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 될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사개특위 논의가 자칫 검ㆍ경 갈등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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