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위조수표감별기도 통과한 수십억원짜리 변조 수표를 현금으로 바꾼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110만원권 일반 자기앞수표를 발행해 액면가 등을 고치는 수법으로 고액 수표를 만들어 은행에서 현금화한 혐의(부정수표단속법 위반 등)로 총책 이모(39)씨 등 14명을 붙잡아 이씨와 인출책 김모(49)씨 등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지난 1월과 2월 신한은행 서울 이대역지점에서 변조용 수표를 만들기 위해 자기앞수표를 발행한 뒤 수표번호와 액면가를 고쳐 각각 10억, 20억원짜리 가짜 수표를 만들어 현금으로 바꿔간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이들은 시중 은행에 설치된 소형 위조수표감별기 성능이 형광물질 위치, 미세문자 진위여부 확인 등에 국한돼 액면가 변화 등은 걸러내지 못하는 점을 이용해 범행에 성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 차례 범행에 성공한 이들은 지난 달 14일 우리은행 청량리지점에서 10억원짜리 변조 수표 3장을 현금화하려다 수표에 무색 잉크가 없는 점을 이상히 여긴 직원이 본점에서 재확인을 요청하자 달아났다.
특히 이들은 중간 알선브로커를 통해 고액권 발행 의뢰인을 확보했다. 의뢰인으로부터 고액권 사본을 받은 이들은 위조기술자에게 수표를 건네 이미 발행된 고액권 진본과 동일한 외관(수표번호 금액 바코드 등)으로 미리 발행한 일반 수표를 변조했다. 이 과정에서 범행을 기획한 이씨 등 총책 3, 4명은 단순 가담자와 알선브로커 등에게 각자 맡은 역할만 시켜 ‘윗선’을 알 수 없게 했다.
경찰은 검거 당시 이씨의 벤츠 차량에서 변조수표로 현금화한 금액의 일부인 5만원권 6,620장(총 3억3,100만원)을 발견해 압수하고 나머지 돈의 행방을 쫓는 한편, 수표 변조를 맡은 혐의를 받고 있는 어모(56)씨 등 주범 2명을 비롯한 여러 명을 쫓고 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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