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거리에는 모밀내가 났다
부처를 위하는 정갈한 노친네의 내음새 같은 모밀내가 났다
어쩐지 香山 부처님이 가까웁다는 거린데
국수집에서는 농짝 같은 도야지를 잡아 걸고 국수에 치는
도야지고기는 돗바늘 같은 털이 드문드문 박혔다
나는 이 털도 안 뽑은 도야지고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또 털도 안 뽑은 고기를 시꺼먼 맨모밀국수에 얹어서 한
입에 꿀꺽 삼키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나는 문득 가슴에 뜨끈한 것을 느끼며
小獸林王을 생각한다 廣開土大王을 생각한다
● 나는 강화도를 찾는 손님들에게 숭어회, 두부젓국, 밴댕이순무우석박지 등 이곳의 특색 있는 음식물들을 권한다. 나도 어디 여행을 가게 되면 그곳의 향토음식을 찾게 되는데 이는 향토음식 한두 가지는 먹어야 여행지를 더 충실히 맛본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음식물에 그곳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그곳 사람들의 성정이 담겨 있다는 말이 맞는 것일까.
시인의 천재적 감각은 ‘부처를 위하는 정갈한 노친네의 내음새 같은 메밀내’를 만난다. 그리고 ‘농짝 같은 도야지를 잡아 걸고’ 장사하는 국수집을 본다. 시인은 ‘털도 안 뽑은 고기를 시꺼먼 맨모밀국수에 얹어서’ 먹는 거친 음식 앞에서, 불교를 받아들인 소수림왕과 영토를 확장해나가는 야전의 이미지가 지배적으로 떠오르는 광개토대왕을 생각한다.
컵라면과 햄버거를 먹는 요즘 우리들의 성정은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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