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재보선 풍경野 인물론·정책선거로 몰며 구호 등 자제與 "당 vs 당" "이념 vs 이념" 앞세워 공세적
통상적으로 재보선은 '여당의 무덤'이라고 한다. 여당을 견제하고 심판하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에 여당은 정당 대결을 자제하고 '인물론'과 '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 선거'를 앞세워 조용하게 선거를 치르려고 한다. 반면 야당에선 '정권 심판'을 외치는 것이 최선의 전략으로 통한다.
4ㆍ27 재보선에선 이 같은 관행이 통용되지 않고 있다. 최대 격전지인 경기 성남 분당을에서 여야간 선거 전략이 뒤바뀐 점이 대표적인 예다.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는 민주당 손학규 후보를 겨냥한 '철새 심판'을 강조하고 있다. 손 후보가 당적과 지역구를 옮긴 전력을 염두에 둔 전략이다. 또 14일 강 후보의 유세 현장에는 한나라당 의원 50여명이 총출동해 '좌파 포퓰리즘 심판'을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 손 후보는 '정권 심판' 대신 '중산층의 변화'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유세용 마이크를 잡지도 않은 채 조용한 선거운동을 고수하고 있다. 지원에 나선 민주당 의원들도 눈에 띄지 않게 바닥 표심을 다지는 '그림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제1야당 대표인 손 후보가 한나라당 텃밭인 분당을에 출마했다는 점이 이 같은 현상을 낳은 원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나라당으로선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이자 야당 대표인 손 후보가 중도 이미지로 분당 주민들의 표를 잠식할 가능성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도 보수 성향의 분당 주민에게 다가서기 위해 정치적 구호를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손 후보를 비롯한 다른 야권 후보를 겨냥한 전방위 공세를 벌이고 있다. 보수 지지층의 이탈을 막기 위한 '당 대 당', '이념 대 이념' 구도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15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김해을 야권 단일후보인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에 대해 "소신을 바꾸는 비굴한 정치인"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도 민주당의 최문순 강원지사 후보를 겨냥해 "공영방송 사장을 그만두자마자 특정 정당의 비례대표 의원으로 간 최 후보는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의 MBC 사장 당시 일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고 공격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공세에 대한 맞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손 후보는 오히려 '민생 선거'를 강조했을 뿐이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당이) 선거를 당쟁으로 몰고가 민생 문제를 외면하면 안 된다"며 "'이대로'와 '변화'를 두고 경쟁하기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