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분규 관련 갈등이 발단靑·경찰청·교과부 개입 의혹해당기관 사과 종용 등 부인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가 관련된 대학 분규에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경찰청, 교육과학기술부 등이 과잉개입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5일 사립 전문대학 서일대학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초 서일대학 설립자인 이용곤 전 세방학원(서일대학 재단) 이사장과 김 여사의 사촌오빠인 김재홍 세방학원 이사가 학교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가 이 전 이사장이 김 이사장에게 뜨거운 홍차를 끼얹었다. 그 뒤 청와대 민정수석실 친인척관리팀 소속 직원 2명이 1월12일 이 전 이사장을 방문했다. 이 전 이사장의 아들 문연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민정수석실 직원들이 아버지에게 '김 이사와의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사과하라. 저쪽에서 문제 삼으면 실정법 위반이 된다'고 말하고 돌아갔다"며 "그로부터 한 달도 되지 않아 대학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직원이 이 전 이사장을 찾은 뒤 2월 초부터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서일대학에 대한 내사를 벌인 뒤 국고보조금 횡령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이 전 이사장을 소환했다. 하지만 병원에 입원 중인 이 전 이사장은 소환에 불응했다. 경찰은 이 대학 박모(49)교수가 레크레이션 자격증 3만 4,000장을 팔아 얻은 수익금 28억원 가운데 16억원을 개인상가, 주택을 구입한 혐의로 조사 중이다. 또 교육과학기술부도 1월 말 제기된 민원을 바탕으로 3월7일부터 5일간 서일대학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였다.
서일대학은 2000년 설립자의 회계부정으로 관선이사가 파견된 뒤 2009년 정이사 체제로 전환했다. 김씨는 대학이 정이사 체제로 전환되는 시점인 2009년 이 전 이사장의 추천으로 세방학원 이사에 취임했다. 하지만 이 전 이사장의 재단 복귀 시도에 김 이사가 반대하면서 두 사람의 갈등이 시작됐다. 최근에는 이 전 이사장이 아들을 재단 이사장에 세우려다 다시 김 이사와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이사는 1월 초 이 전 이사장이 홍차를 자신에게 끼얹은 일이 벌어진 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신고했다. 김 이사 측은 "김 이사가 대통령 친인척의 동향을 관리하는 민정수석실에 특이사항을 신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권력기관 과잉개입 논란에 대해 "(김 이사가) 공개된 자리에서 폭행과 수모를 당했다고 말해 청와대 담당 행정관이 이 전 이사장을 찾아가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친인척관리팀 직원이 일방적으로 이 전 이사장에게 '김 이사에게 사과하라'고 종용했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며 사과 종용설을 부인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 관계자는 "이 전 이사장이 회장으로 있는 한국게이트볼협회에 대한 국고지원금 횡령 혐의에 대해 수사했을 뿐"이라며 "서일대 직원의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것이지 청와대와 논의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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