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괜찮은 투구였지만 뒷맛이 썩 개운치는 않았다. 같은 빅리거 출신인 마쓰이 가즈오(36∙라쿠텐)는 시작부터 끝까지 박찬호의 발목을 단단히 잡았다.
시작은 홈런이었다. 유격수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 마쓰이는 1회 선두타자로 나와 볼카운트 1-0에서 박찬호의 134㎞짜리 몸쪽 낮은 직구를 통타, 오른쪽 담장을 살짝 넘기는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박찬호가 고시엔구장 마운드에 적응할 틈도 주지 않은 ‘한 방’이었다.
마쓰이는 3회 1사 후에도 또 다시 좌전안타를 때려냈다. 5회에는 2루 땅볼. 마쓰이는 7회 2사 후에 중전안타를 뽑아냈고, 피안타 6개 가운데 마쓰이에게만 안타 3개를 허용한 박찬호는 결국 7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올시즌 일본으로 돌아온 마쓰이는 일본 세이부에서 뛰던 1998년에는 퍼시픽리그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일본에선 최다안타 두 번, 도루왕도 세 번이나 차지했다. 메이저리그에선 뉴욕 메츠를 시작으로 콜로라도, 휴스턴에서 7시즌 평균 타율 2할6푼7리(통산 32홈런 211타점 102도루)를 기록했다. 마쓰이는 이날 박찬호를 상대로 3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을 올렸다.
박찬호는 지난해까지 피츠버그에서 뛰던 이와무라 아키노리(32)에게도 6회 1사 3루서 통한의 희생플라이를 허용했다. 박찬호는 공교롭게도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들과 단 한 번도 맞대결을 펼치지 않았다. 일본프로야구의 터줏대감들은 잘 막았지만 전직 메이저리거를 막지 못해 박찬호는 결국 패배의 쓴 잔을 마신 셈이다.
김종석기자 le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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