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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대학과 자살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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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대학과 자살에 대한 생각

입력
2011.04.1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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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 학교'카이스트 학생들이 잇달아 자살을 한데 이어 존경 받던 교수까지 자살했다는 기사를 읽으며 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정신적 고통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제 '삶과 문화' 칼럼 필자가 다룬 <대학> 의'명명덕(明明德), 친민(親民), 지어지선(止於至善)'바로 뒤에 나오는 문장이다. '지지이후(知止而后) 유정(有定) 유정이후(有定而后) 능정(能靜) 능정이후(能靜而后) 능안(能安) 능안이후(能安而后) 능득(能得).' 머물 곳을 알아야 정해짐이 있고, 정해져야 고요할 수 있고, 고요해야 편안할 수 있고, 편안해야 생각할 수 있으며, 생각해야 얻음이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머물 곳은 마음의 거처를 뜻한다. 몸이 고통스럽고 고달픈 곳에 머물러도 마음은 그에 시달리지 않고 평화롭고 고요함을 유지하는 것이 지혜이고, 지혜는 고통스런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겨낼 수 있게 하는 뿌리이다.마음의 거처를 현실의 변화하는 사물이나 상대적인 가치에 두게 되면, 마음의 거처는 몸의 거처와 혼잡하여 고요함과 편안함을 얻을 수 없다. 돈과 명예, 권력과 지위는 변화하고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가치들에 마음이 머물게 되면 마음은 고요함과 편안함이 아니라 언제 떠날지 모르는 불안함과 놓칠 것 같은 안타까움과 조바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철학과 종교는 현실을 초월한 자리에 마음의 거처를 찾는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현실을 동굴에 비유하고 동굴에 갇힌 죄수에 인간의 운명을 비유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동굴이란 몸의 거처이다. 동굴의 바깥에 있는 참된 실재에 마음을 돌리지 않으면 우리는 동굴에 갇힌 죄수의 몸으로 평생을 살아야 한다.

경쟁을 통해 살아남아야 한다, 목표를 달성해야 성공한 인생이다, 과학 영재와 예술 천재들을 배출해 국가 발전에 기여하자는 주장과 생각은 우리의 몸과 두뇌가 사는 동굴이다. 편협해도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문화의 불가피한 흐름이다. 경쟁도 좋고 강인한 목표의식과 도전정신도 좋다. 그러나 그 바탕에는 마음을 관리하여 정신을 고요하고 편안하게 유지할 수 있는 공부가 병행해야 한다.

변화무쌍한 현실의 가치에 마음이 혼잡하여 함께 돌아가지 않게 해야 한다. 고통을 선택한 사람들이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 퇴계 이황은 "근심 속에 즐거움(樂)이 있다"고 가르친다. 고통이 극에 달하면 오히려 현실로부터 마음을 분리하여 편안함과 고요함을 유지하려는 초월의 욕구도 함께 극을 향한다. 현실의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서 우리의 마음은 고통스런 현실이 아닌 곳에서 머물 곳을 찾는 법이다. 그래서 정신적 고통이 커질수록 인문학에 대한 욕구도 함께 커진다.

<대학> 은 그 다음에 '물유본말(物有本末) 사유종시(事有終始) 지소선후(知所先後) 즉근의(則近矣)'라는 구절이 나온다. 사물에는 근본과 말단이 있고, 일에는 선후가 있어 그것을 알면 도에 가깝다는 뜻이다. 근본을 다스리지 않고 말단을 다스릴 수 없기에, 공자는 박해야 할 때 후하고 후해야 할 곳에 박할 수 없다고 가르친다.

과학 영재건 예술 천재건, 학교의 존립과 교육 목적에 상관없이 무릇 인간을 가르치는 곳이라면 인문학은 배제할 수 없는 기본이어야 한다. 고통스런 경쟁과 목표를 향한 도전 정신이 카이스트에 진학한 학생들의 선택이요 학교가 내건 개혁의 방침이라면, 고통을 이기는 법도 함께 배우고 가르쳐야 한다. 그것은 인문학의 지혜를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조성우 영화음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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