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 직접 피해만 25조엔… 글로벌 경제엔 '여진' 없을 듯
일본 도호쿠(東北) 대지진이 발생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아직도 여진이 계속되고 방사능 공포가 일본 열도는 물론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속도가 더디긴 하지만 피해 복구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전력 부족 문제도 국민들의 절전 노력으로 이겨내는 등 서서히 일상을 되찾아가는 모습이다.
이번 지진은 진도 9.0으로 190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4번째에 해당되는 강진이다. 여기에 초대형 쓰나미가 발생하고 원자력발전소 사고까지 겹쳤다. 대지진으로 인한 충격이 컸던 만큼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다. 주택, 공장, 도로 등의 파손에 따른 직접 피해액만 16조~25조엔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돼 고베 대지진 당시의 피해액 10조엔을 훨씬 웃돌고 있다.
직접 피해뿐만 아니라 간접 피해도 만만치 않다. 먼저 원자력발전소 사고의 파장이 일본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있다. 원전 파손으로 피해 지역의 전력이 부족해지면서 생산활동과 국민들의 일상생활이 제약을 받고 있다. 현재는 소비자들의 전력 사용 자제로 수요가 공급을 밑돌고 있으나 냉방수요가 집중되는 여름 성수기에는 전력부족 문제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방사능 오염도 일본 국내의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산 농수산물과 공산품에 대한 각국의 수입 제한 움직임을 초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제품이 그 동안 쌓아 올린 '안전', '안심'의 이미지가 훼손되면서 경기회복을 주도해야 할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생산시설 피해와 도로, 철도 등 물류망 손실로 인한 부품 공급체계(supply chain) 붕괴의 영향 또한 적지 않다. 최종 제품은 부품 하나만 없어도 생산에 차질을 빚기 마련인데 특히 자동차 업종의 경우 지진 피해지역 내에 500여개의 부품업체가 산재해 있다. 이들 중 일부만 피해를 입었다고 해도 그 파급효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 쉽게 짐작이 가능하다. 부품공급 차질 문제는 비단 일본 기업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잘 알려진 대로 일본은 핵심 부품의 세계적인 공급기지이다. 따라서 일본 기업의 부품공급 차질은 부품을 수입하는 외국 기업의 생산에도 직접적 타격을 주게 된다. 이처럼 도호쿠 대지진은 3개의 선행 악재(강진, 거대 쓰나미, 원전사고)에 3개의 후발 악재(전력부족, 방사능 오염, 공급체계 손상)가 가세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대지진은 일본 경제 및 세계 경제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까.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이 일본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비교적 단기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지진의 충격으로 일정 기간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겠지만 복구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성장이 다시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한다.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 또한 제한적이라는 견해가 많다. 글로벌 경제 여건이 비교적 견실한 데다 일본 경제가 세계 교역 및 국내총생산(GDP) 규모 등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1일 발표한'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일본의 성장률을 지진 발생 전에 비해 0.2%포인트 낮춘 1.4%로 전망했지만, 세계경제 성장률은 지진 이전과 동일한 4.4%로 예상했다. 다만 원전사고의 수습 속도, 방사능 공포, 추가 지진 발생 및 전력공급의 정상화 여부 등이 변수로 작용하여 예상보다 악영향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은 지금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국난'을 맞고 있다. 그러나 한신 대지진을 비롯한 수많은 재난을 이겨낸 경험 등이 위기 극복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벌써부터 피해지역을 단순 복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각종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다. 일본이 이번 역경을 이겨내고 더 강한 국가로 거듭나는 기적을 만들 수 있을 지 전세계가 일본을 지켜보고 있다.
권승혁 한국은행 국제경제실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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