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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유시민의 '알박기'

입력
2011.04.1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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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대단하다. 의석 하나 갖지 않은 꼬마정당의 수장으로 86석의 민주당을 누르고 김해을 재보선의 야권 단일후보 자리를 따냈다니, 정말 대단하다.

비록 이봉수 국민참여당 후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농업특보를 했지만 유 대표의 지원 없이 경선에서 이기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더욱이 민주당은 의원 40여명을 김해로 내려 보내 총력전을 펼쳤지만 유 대표 한 명을 제압하지 못했다. 조자룡이 혼자서 조조 대군을 휘저으며 주군인 유비의 아들을 구해내는 삼국지의 장판파(長坂坡) 전투를 연상시킨다.

더 나아가 이봉수 후보가 승리한다면, '유시민'이라는 이름 석자는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유 대표 지지자들은 내심 "김해을 재보선이라는 고개만 넘으면, 노무현의 기적을 재연할 수 있다"고 기대할지 모른다.

놀라운 '단일화 청부사' 면모

노무현의 기적. 말로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스토리다. 상고 출신으로 막노동을 하다가 사법고시에 합격하는 인생반전, 판사를 하다가 1년 만에 인권변호사의 길을 택한 초연함, 13대 총선(1988년)에서 다들 기피하던 신군부 실세 허삼수 민자당 후보와 맞붙어 이기는 기개, 89년 5공비리 청문회에서 논리와 치열함으로 증인들을 손들게 한 스타성, 3당합당을 야합으로 규정해 YS를 따르지 않고 14대 총선(92년) 때 부산에서의 낙선을 감수한 의기, 95년 DJ의 국민회의 창당을 야권 분열로 규정해 민주당을 사수하다 15대 총선 때 서울 종로에서 낙선한 우직함, 97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회의에 합류해 DJ 당선을 돕고 98년 종로 보선에서 원내에 다시 진입해놓고 16대 총선(2000년)에서 부산 출마를 강행해 떨어지는 미련함,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광주 승리를 바탕으로 대세론이던 이인제 후보를 압도한 이변, 그 해 본선에서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이기고 그 기세로 대선 승리를 거머쥔 기적.

앞이 안 보이는 순간에도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실천해온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역정은 그를 지지했든, 싫어했든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유 대표의 인생도 무게는 덜하지만 비슷한 여정처럼 보인다. 그래서 노사모처럼 유 대표에게도 작지만 강한 지지그룹이 형성돼있다.

그러나 그를 잘 아는 정치인들은 "노무현과 유시민은 다르다"고 한다. 유시민의 정치에는 노무현의 감동이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노 전 대통령은 중요한 순간에 자기희생을 택하지만, 유 대표는 자기이익을 고집한다는 것이다. 이번 김해을 후보단일화에서 시민단체까지 나서서 중재한 경선 룰을 거부, 결국 자신의 룰을 관철시켰고, 지난해 경기지사 후보 단일화에서도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합의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버텨 자기 룰로 경선을 치러 단일후보가 됐다. 2002년 노무현 후보가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이 결렬될 위기에 처하자 불리한 조건을 감수했던 것과는 너무 다르다.

지난해 경기지사 경선에서 0.96% 차이로 패배했던 김진표 민주당 의원은 이를 '알박기'로 표현했다. "우리가 출마하면 한나라당이 된다"는 벼랑끝 전술로 버틴다는 것이다. 그것은 내년 대선국면에서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유 대표는 10% 내외의 지지를 바탕으로 민주당, 또는 야권의 치열한 경선을 뚫고 나온 후보에게 "내가 출마하는 한 당신의 당선은 불가능하다"며 준결승을 요구할 것이라는 얘기다.

감동 없는 셈법만으로는 부족

그러나 그런 셈법은 절대 국민을 감동시키지 못한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시장, 군수를 배출한 경기지역의 시, 군에서 유 대표는 대부분 졌다. 마찬가지로 내년 대선에서 유 대표가 미리 준결승에 가서 대기하는 구도를 고집한다면, 야권 패배는 불문가지다. 국민은 진정한 승부, 헌신의 감동을 원한다. 작은 묘수에 연연하지 말고, 야권의 큰 틀에서 당당히 경쟁하는 큰 수를 두기를 유 대표에게 권하고 싶다.

이영성 편집국 부국장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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