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홀에서 몇타를 쳤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골프장에 처음 나온 아마추어 골퍼도 아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상급 선수가 한 말이다.
재미동포 나상욱(28ㆍ타이틀리스트)이 골프 생애 최악의 날을 보냈다. 나상욱은 15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TPC샌안토니오 AT&T 오크스 코스(파72ㆍ7,522야드)에서 열린 PGA 투어 발레로 텍사스오픈 1라운드 9번홀(파4ㆍ474야드)에서 무려 16타를 쳤다.
PGA 투어에서 한 홀 최다 타수 기록은 따로 집계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상욱의 불명예 기록은 존 댈리가 1998년 베이힐 인비테이셔널에서 기록한 6번홀(파5) 18타, 레이 아인슬리(이상 미국)가 1938년 US오픈에서 기록한 16번홀(파4) 19타에 버금가는 악몽의 스코어다.
첫 번째 티샷을 오른쪽 숲으로 보낸 나상욱은 도저히 샷을 할 수 없자 티잉 그라운드에서 다시 티샷을 했다. 그러나 이 볼도 같은 지역에 떨어졌다. 벌타 2타를 포함해 벌써 4타를 친 나상욱은 다시 드라이버 샷을 했다. 이 역시 오른쪽 숲으로 향했다.
나상욱은 나무 사이를 통과하기 위해 펀치샷을 날렸으나 엉뚱하게도 나무를 맞고 나온 볼이 다리에 맞아 1벌타를 추가했다. 평정심을 잃은 나상욱은 나무 사이에서 고전하면서 13번째 샷 만에 숲을 탈출했다. 14번째 샷으로 공을 그린 가장자리로 보낸 나상욱은 결국 2m가 채 안되는 퍼트로 16타 만에 홀 아웃,'마의 9번홀'에서 벗어났다.
골프채널의 방송 중계용 송신기를 달고 플레이를 했던 나상욱은 페어웨이로 이동하면서 "너무 고생을 해서 손에 감각이 없을 정도다. 도대체 몇 타를 쳤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내둘렀다. PGA 투어 사무국은 처음에는 나상욱의 9번홀 타수를 15타로 기록했다가 나중에 16타로 정정했다.
나상욱은 9번홀에서 진이 다 빠졌지만 후반에 버디만 3개를 잡아내는 저력을 발휘했다. 최종 성적은 8오버파 80타로 출전선수 144명 중 140위. 공동 1위는 5언더파 67타를 친 스튜어트 싱크와 J.J 헨리(이상 미국)가 차지했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