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도시에서 히스패닉계 인구가 처음으로 흑인을 제치고 최대 소수인종이 됐다.
인구조사국이 14일 발표한 2010년 센서스에 따르면 366개 미국 대도시 중 191개에서 히스패닉 인구가 소수 인종으로 가장 많았다. 2000년 실시된 센서스(10년마다 조사)에서는 히스패닉 다수 대도시가 159개였다.
이 같은 결과는 2008년부터 불어닥친 경기침체로 북부 대도시에 거주하던 흑인들이 대거 남쪽으로 이동하고, 라틴계 이주민들이 대신 도시로 이주해 온 때문이다. 지난달 발표된 전체 인구 분포에서도 히스패닉 인구는 5,050만명으로 지난 10년간 무려 42% 늘었다. 미국 인구 6명 당 1명이 히스패닉인 셈이다. 반면 흑인은 3,770만명으로 11% 느는데 그쳤다. 특히 뉴욕, 디트로이트, 세인트루이스 등 광역도시권의 흑인 인구가 직격탄을 맞았다.
아시아 인종도 366개 대도시 중 5개를 제외하고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백인은 모든 대도시에서 줄었으며, 특히 캘리포니아의 나파, 네바다의 라스베이거스,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감소폭이 컸다.
히스패닉계 인구의 증가는 미 정치권의 세력판도에도 적잖은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지난해 말 중간선거에서 승리해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달라진 인구분포를 토대로 선거구를 재획정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특히 민주당의 지지텃밭인 흑인들이 줄어들자 백인을 다수 거주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소수인종을 한 곳으로 모는 ‘인종별 선거구 획정’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의회 흑인 의원들의 위기감이 크다. 43명의 흑인의원들로 구성된 ‘블랙코커스’는 법무부에 선거구 획정으로 소수인종의 투표권이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