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러미 스카힐 지음ㆍ박미경 옮김/ 삼인 발행ㆍ623쪽ㆍ2만5,000원
2004년 3월 31일 이라크의 팔루자에서 4명의 미국인들이 이라크의 무장 세력으로부터 무참히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인들의 분노를 사며 이라크전쟁에 기름을 들이부은 이 사건의 피해자는 이상하게도 이라크 파병 미군이 아니었다. 그들은 비밀 용병 회사 블랙워터에서 고도의 훈련을 받은 민간 군인이었다.
이라크, 전 유고슬라비아, 나이지리아 등 분쟁 지역에서 독립기자로 활동한 제러미 스카힐이 이 살인 정예 부대 블랙워터를 끈질기게 추적해 책을 펴냈다. 풍부한 자료와 사실을 바탕으로 블랙워터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용병 부대로 부상하게 된 배경과 영향력을 긴박감 넘치게 전개했다. 블랙워터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불법 무기 수출, 전 세계 무허가 군사훈련 추진, 민간인 살해 등을 자행하는 등 각종 군사 범죄에 깊숙이 연루돼 있다.
저자는 1997년 기독교 우익 급진주의자이자 억만장자인 에릭 프린스에 의해 창립된 블랙워터가 어떻게 급성장했는가에 관한 문제부터 다룬다. 책에 따르면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는 오래 전부터 대규모 군대 민간화 사업이 논의돼 왔다. 그러던 중 2001년 9ㆍ11테러로 군비 증강의 필요성과 맞물리며 블랙워터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민간 군대로 떠오르게 됐다. 이들은 미국 정부와 계약을 맺고 부시 행정부의 ‘글로벌 대테러 전쟁’에 투입돼 무자비한 살상과 고문을 일삼았다. 나아가 이들은 전 세계 곳곳에서 지원자를 모집했고, 각종 분쟁 지역에서 미국, 나아가 나토군 혹은 유엔군의 대안 군대로까지 성장하는 것까지 노리고 있다.
책은 이 조직의 소유자 에릭 프린스 일가가 네덜란드의 종교 탄압을 피해 미국에 어떻게 정착하게 됐고, 어떤 방식으로 돈을 모았는지도 파헤친다. 또 민간 훈련캠프에 불과했던 블랙워터가 법 위에 군림하는 강력한 군대로 성장하게 된 과정을 들춰 내며 그 위험성을 경고한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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