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고객 43만여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필리핀
에 도피중인 주범 신모(37)씨의 국내총책 허모(40)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또 다른 공범 유모(39)씨는 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허씨는 지난해 12월말 주범 신씨의 연락책인 정모(36)씨를 필리핀에서 만나 "유명한 해커에게 돈을 주고 대기업의 고객정보를 빼내 협박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올 3월 지인인 조모(47)씨에게 2,000만원을 빌려 정씨에게 건넨 혐의다. 허씨는 광고대행업을 하던 2004년 무역업을 하던 정씨를 고객으로 만나 친분을 맺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허씨는 정씨의 연락을 받고 현대캐피탈이 7일 입금한 1억원을 7개 시중은행 계좌로 분산 이체한 뒤 이 중 4개의 계좌에서 600만원씩 모두 2,400만원을 인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유씨는 범행 사실을 알고도 인출 당시 차량을 운전하는 등 범행에 적극 가담했다.
경찰은 해킹에 이용한 경유서버 이용대금을 결제했던 대포폰을 몇 차례 사용한 유씨를 15일 검거, 국내공범들에 대한 자백을 받아냈다. 허씨는 경찰의 수사를 피해 10일 필리핀으로 출국했다가 경찰과 유씨의 설득에 17일 귀국해 인천공항에서 긴급 체포됐다. 허씨는 경찰에서 "현대캐피탈 해킹이나 5억원을 보내라는 협박 이메일은 모두 신씨가 한 일이며 나는 범행자금을 대고 현대캐피탈 돈을 인출만 했을 뿐"이라고 진술했다. 허씨 외에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빼낸 또 다른 공범은 조씨와 조씨의 애인인 재중동포 여성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에 따라 인터폴과 공조, 필리핀에 도피중인 주범 신씨와 연락책 정씨, 또 중국으로 달아난 인출책 조씨와 조씨의 애인의 소재를 쫓고 있다.
한편, 경찰은 현대캐피탈 내부직원이 해킹에 연루됐는지 조사하는 과정에서 경쟁사로 직장을 옮긴 뒤 현대캐피탈 전산시스템에 관리자 계정으로 무단 침입, 영업비밀을 빼낸 혐의로 김모(36)씨와 현대캐피탈의 업무용 시스템 화면을 출력해 건네는 등 범행을 도운 이 회사 직원 김모(45)씨 등 5명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퇴사 직원이 빼낸 자료는 경쟁업체의 전산시스템을 만들 때 참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해커가 공모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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