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27 재보선을 9일 앞둔 18일 유권자들 앞에 현재 판세를 분석한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졌다. 여론조사 결과는 들쭉날쭉했다. 조사기관에 따라 우세한 후보가 정반대로 나온 경우도 있어서 유권자들은 "여론조사가 오히려 더 선거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후보 선택에 영향을 주는 여론조사 결과가 서로 판이하게 나오니 헷갈릴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가 정치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비판론도 나오고 있다.
경기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경우 A신문 자체 조사(전화면접 조사)에선 민주당 손학규 후보가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를 8.4% 포인트 앞섰지만, B신문이 '더피플' 에 의뢰한 조사(전화자동응답 조사) 결과 오히려 강 후보가 4.2% 포인트 앞섰다.
지난해 6ㆍ2 지방선거에서도 여론조사 결과와 개표 결과가 크게 달랐다. 선거 일주일 전 여론조사에서 11~12% 가량 앞섰던 한나라당 이계진 강원지사 후보는 민주당 이광재 후보에 오히려 8.8% 포인트 차이로 패배했다.
폴러코스터(pollercoasterㆍ여론조사를 뜻하는 poll과 롤러코스터의 합성어)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조사 기법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조사원이 의견을 묻는 방식과 전화자동응답(ARS) 방식의 차이, 전화번호부를 통한 표본추출과 무작위번호추출(RDDㆍRandom Digit Dialing)의 차이 등에 따라 표본집단의 성향이 달라진다. 또 전화번호부 등재 가구의 급격한 감소로 표본추출 문제가 커지고 있다. 현재 집에 전화를 설치하지 않고 휴대전화만 쓰는 가구는 25%를 넘고, 집 전화를 갖고 있는 가구 중에도 전화번호부에 등록하지 않은 경우가 절반이 넘는다. 특히 개방적 성격의 젊은층 가운데 가정에 전화를 설치하지 않은 사람이 많기 때문에 전화 여론조사의 정확성이 떨어지게 된다. 게다가 투표율이 낮은 재보선이나 지방선거에선 여론조사와 개표 결과의 차이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여야 정치권과 정부의 여론조사 의존도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에 있다. 이번 재보선에서도 야권은 김해을에서 100% 여론조사로 후보 단일화를 했고, 여당도 여론조사 결과를 공천의 주요 기준으로 삼았다.
이에 따라 널뛰기 여론조사로 유권자들을 현혹시키기 않기 위해서는 조사 기법을 개선하고 여론조사 결과를 검증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론조사의 과학성과 객관성,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리서치앤리서치의 배종찬 본부장은 "지금은 조사결과 발표 방식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는데, 전화번호 추출 및 할당 방식이나 설문 방식 등 조사 과정의 원칙에 대해서도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는 "휴대전화만을 가진 유권자들도 조사 대상에 넣을 수 있도록 기법을 개선해야 한다"며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개표 결과를 함께 공개해 비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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