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반 친구들과 편하게 수다 떨 수 있는 공간이 생겨서 좋아요. 예전엔 그냥 지나치던 곳이 이제는 우리들의 놀이터가 됐거든요.”(중3 권희성)
연녹색 원목탁자와 원형의자를 비롯해 바닥재까지 전부 목재로 꾸며진 6평 공간은 온통 푸른빛이다. 크레파스 수채물감으로 그린 그림이 걸린 한쪽 벽엔 옅은 조명이 비추고 있다. 탁자 가운데 놓인 찰흙소재 커피잔과 쿠키가 이곳이 카페임을 말해주고 있다.
경기 부천시 부인중학교 1층 중앙현관에는 ‘다多락樂’이란 카페가 있다. 실제 음료를 팔지는 않지만 학생들이 편하게 들러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곳이다. 회색 시멘트의 삭막한 공간이었는데, 불과 3개월 사이에 학생들의 공간으로 바뀌었다.
특별한 공간으로의 변화는 밖에서 실마리를 얻었다. 지난해 12월 도교육청 지정 혁신학교가 되자 부인중은 교사 20여명이 참여하는 준비모임을 만들었다. “시대의 변화에 공교육은 둔감하기 마련이죠. 학교 밖의 이야기, 다양한 분야에 대한 살아있는 정보를 아이들에게 전해주고자 대안교육에 눈을 돌리게 됐습니다.” 김혜령(55) 교장은 공립학교가 못하는 부분을 대안교육이 채워줄 것으로 기대하고, 서울 영등포구의 대안교육단체 하자센터와 지난해 12월 양해각서(MOU)를 맺고 협력했다. 다락 카페가 대표적이다.
새로운 시도는 동아리 활동 등에도 적용됐다. 교내 ‘그래피티’와 ‘요리강습’ 동아리는 매달 1회 하자센터 내 작업장에서 3시간씩 전문강사의 지도를 받는다. 김현우(16)군은 “이전 학교수업에서는 배우지 않았던 분야라 흥미가 생긴다”고 만족해 했다.
학생들도 변화에 적극 동참했다. 다락의 공간 디자인은 하자센터가 맡았지만 그곳을 채우는 건 학생들의 몫이다. 매일 점심시간이면 학생들이 그날 만든 미술작품을 카페에 전시하고, 관리는 학생회가 도맡는다. 학생회장 조은솔(16)양은 “공부하다 쉬고 싶을 때 머리를 식힐 수 있는 보드게임과 학생들 의견을 적을 수 있는 게시판도 갖다 놓을 계획”이라고 했다.
다른 학교도 대안교육에 도움을 구하고 있다. 올해 문을 연 경기 광명시 충현초등학교는 5월 개교기념일을 맞아 학교의 각종 상징물을 만드는 과정을 학생들에게 맡겼다. 하자센터는 학생 1,000명의 아이디어 중 어깨동무를 하며 서로 의지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한 학생의 작품을 선정했다. 하자센터의 박활민씨는 “갈수록 개인화하는 경쟁사회에서 다음세대 학생들은 상대방을 존중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 학교는 하자센터와 더불어 교무실, 화장실, 반별 표시 등의 디자인 작업도 하고 있다.
교사와 학부모들은 대안교육이 스며든 새로운 교육모델과 학교의 변화에 대해 긍정적이다. 첫 아이에 이어 둘째를 부인중에 보냈다는 박명희(50)씨는 “15년간 이 학교를 지켜보고 있는데 요즘처럼 학교가 예쁘게 꾸며진 적은 없었다”며 “처음에는 이런 변화가 아이들의 공부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아이가 주체적으로 공부와 병행하고 있다”고 했다. 카페 다락의 이름을 지은 교사 이윤정(32)씨도 “아이들이 이곳을 ‘다다락락’이라고 부른다. ‘많은 사람이 모여 즐거운 곳’이란 원래 뜻을 더 짙게 만들어주는 거 같아 뿌듯하다”고 웃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