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16명중 10명이 총장 추천15일 학사 운영 개선안 다시 논의
학생들의 연쇄자살을 계기로 카이스트(KAISTㆍ한국과학기술원) 안팎으로 거세게 불던 '서남표 식 개혁' 궤도수정 바람은 결국 15일 카이스트 이사회를 통해'찻잔 속의 태풍'으로 막을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
이사회는 이날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이 14일 교수와 학생들을 만나 확정한 학사운영개선안에 대해 설명을 듣고 확정할 예정이다. 주대준 부총장은 "지난 12일 발표했으나 (서 총장의 거부로) 5시간 만에 백지화했던 학생과 교수 대표가 마련한 학사운영개선방안도 이사회에 그대로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영어강의 전공과목으로 축소 ▦평점 2.0이하 학사경고 입학 후 두 학기 면제 등 13일 발표된 수정 개선안에서 빠진 내용이 이사회에서 재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서 총장의 뜻과 배치되는 결정이 이사회에서 나올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12월부터 2009년 9월까지 열렸던 카이스트 이사회 회의록을 검색한 결과 총 16명의 카이스트 이사진 중 총장 포함 당연직 4명을 제외한 12명의 이사 가운데 10명이 서 총장의 추천으로 이사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의 대부분이 서 총장에게 우호적인 인물로 구성돼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사진은 대부분 학계와 경제계에서 두드러진 성취를 거둔 이들로 카이스트 이사로 손색이 없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총장 선임(연임)과 퇴임을 결정하고 대학 운영의 중요문제를 다룰 이사진이 총장 추천 일색으로 구성된 것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심각한 제도적 허점을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카이스트 이사 임명의 최종 승인권을 가지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 고위 관계자도 "서 총장이 재선을 앞둔 2009년 집중적으로 자신에게 우호적인 인사들로 이사진을 충원해 제지 방안을 검토했으나 마땅한 수단이 없었다"고 밝혔다. 서 총장은 지난해 7월 이사회에서 차기 총장 후보자 5명 중 과반수 득표로 무난히 연임에 성공했다.
서 총장은 2007년 명예박사 제도를 도입해 지금까지 16명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했으며, 이중 7명이 카이스트의 전ㆍ현직 이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사 3명을 초빙교수로 임용해 명예교수와 초빙교수 등에게 부당 수당을 지급한 것으로 지난 2월 교과부 감사결과 밝혀졌다. 서 총장이 자신의 거취를 결정할 이사진을 추천하고 규정을 무시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관리해 온 것이다. 그 같은 노력 때문인지 카이스트 이사 대다수는 서 총장에 대해 흔들리지 않는 지지를 유지하고 있다. 이사들 대부분은 15일 이사회에서 카이스트 학사운영의 일부 수정은 검토하겠으나, 서 총장의 거취문제를 다루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타 대학 관계자들은 "학생들의 연쇄 자살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교과부 종합감사 결과 드러난 서 총장의 규정 위반 사실만으로도 일반 대학이라면 즉시 사퇴 감"이라고 지적한다. 서 총장은 ▦이사에 대한 명예박사학위 수여 및 초빙교수 임용 ▦신임교원 채용절차 부적정 ▦교원 신규채용 절차 미준수 ▦공사계약 업무 처리 부당 등 4건의 위법ㆍ부당 사실이 적발됐다. 하지만 이 같은 감사결과에 대해 최종 징계를 결정할 기관도 카이스트 이사회이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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