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처럼 원내 1,2당 無공천 유례없어"정당 책임정치 본령 훼손" 비난 봇물
13일 마감된 4ㆍ27 재보선 후보 등록을 놓고 원내 1,2당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공천을 하지 않은 지역이 적지 않은데 대한 비판론이 나오고 있다. 나름의 명분과 이유를 대고 있지만 선거에서 유력 정당들이 공천을 하지 않을 경우 정당 책임정치의 본령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전남 순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모두 공천을 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공천을 신청한 후보가 없어서 공천을 못했고, 민주당은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염두에 둔 큰 틀의 야권연대 차원에서 공천을 하지 않았다. 원내 1,2당이 공천을 하지 않아 결국 민주노동당 후보와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간 경쟁이 이뤄지게 됐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최근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던 2010년 7ㆍ28 재보선, 2009년 4ㆍ29, 10ㆍ28 재보선, 2008년 18대 총선 등에서 원내 1,2당이 모두 공천을 하지 않은 경우는 하나도 없었다. 선관위 관계자는 "원내 1,2당이 동시에 후보를 내지 않은 경우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나라당은 전남 화순군수 선거에도 후보를 내지 않았다. 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은 "공천 신청자가 없는데다 적당한 후보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울산 동구청장 선거에 공천을 하지 않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노당과의 야권연대 차원에서 울산 중구청장 선거에 후보를 내는 대신 동구에는 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여야의 이유가 다르긴 하지만 정당의 무공천 자체에 우선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정당의 기본은 공직선거 후보자를 내서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것인데 공천조차 하지 않는 것은 책임이 없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특히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이 불모지인 호남 지역 두 곳 모두에 공천 신청자가 없다는 핑계로 후보를 내지 않은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이 교수는 "지역주의 벽을 깨기 위해서라도 한나라당은 호남에서 오히려 더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공천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전략공천의 참다운 의미라는 게 바로 그런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권단일화를 명분으로 한 민주당의 무공천에 대한 비판도 있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야권통합이라는 목표를 갖고 정당이 전략적 선택을 할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국회의원과 기초단체장은 지역 대표성을 갖는 것인데 야권단일화를 위한 민주당의 무공천은 해당 지역 당원과 지지자들의 의사와 후보자의 지역 대표성을 심각하게 왜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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