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속과 겉을 모두 밝게 하라.' 올해 화이트닝 화장품의 화두다.
화장품 업체들은 마치 전구를 밝히듯 피부 속 세포를 활성화시켜 낯빛을 환하게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동안 화이트닝 제품들이 미백효과만 강조했다면 올해는 피부재생과 보습 등 복합적인 효과에 중점을 둔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 기존 미백 제품에 쓰였던 비타민, 알부틴 등 성분 외에 천연진주, 백화사설초, 유기농 허브 등 각종 희귀성분들도 활용되고 있다.
칙칙해진 피부, 원인은
칙칙한 피부의 원인은 뭘까. 주로 자외선을 받아 생긴 기미와 잡티, 피부노화가 주원인이다. 자외선에 노출되면 체내에 독성이 있는 산소인 활성산소가 발생한다. 이 산소가 피부세포를 산화시켜 멜라닌을 만들고 이는 기미와 피부노화의 원인이 된다.
또 다른 주범은 콜라겐의 당화현상. 과다한 당분 섭취와 운동 부족으로 소비되지 못한 당은 피부에 쌓여 시간이 지나면 피부를 누렇고 칙칙하게 만들며, 탄력을 떨어뜨린다. 이는 밥솥에 오래 밥을 보관했을 때 누렇게 변하는 현상과 같다.
멜라닌을 처치하라
화장품으로 칙칙해진 피부를 아기 피부처럼 되돌릴 수는 없다. 다만 피부노화 속도를 늦추거나 기미생성을 방지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 먼저 색소 생성 주범인 멜라닌 분해가 급선무다. 시세이도는 다양한 성분을 배합한 미백 유효성분 4MSK에 백련과 추출물인 HA를 섞어 멜라닌 생성을 차단하고, 이미 생성된 멜라닌을 피부 밖으로 배출하도록 유도하는 제품 '멜라노리듀스 EX' 마스크와 에센스를 개발했다. 시세이도 관계자는 "보통 자외선으로부터 자극을 받은 피부는 1~3일 안에 멜라닌이 형성되는 것으로 밝혀져 이 기간 안에 마스크나 에센스로 멜라닌이 형성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포로 에워싸 멜라닌을 분해하는 방법도 있다. 랑콤의 '블랑 엑스퍼트 멜라노라이저'는 작은 주머니처럼 뭉쳐져 있는 멜라노좀을 잡아 먹는 효모 추출물이 함유돼 있다. 멜라닌은 이 멜라노좀의 형태로 표피세포에 축적돼 있는데, 이것이 기미나 잡티가 된다. 피부 각질층인 케라티노사이트 내 세포기관인 파고솜과 리소좀은 이물질인 멜라노좀을 에워싸 캡슐화한 후 이를 분해하는 기능을 한다. 이 식균 작용을 활발히 하는 효모가 랑콤의 화이트닝 비법인 셈.
진주 추출물로 피부를 진주처럼
희귀한 진주 추출물이 함유된 화이트닝 제품도 있다. 겔랑은 일본 서해안에 서식하는 '우와지마 진주' 추출물이 함유된 '블랑 드 펄 화이트닝 펄 퍼펙션 에센스'를 출시했다. 겔랑연구소는 진주 추출물에서 멜라닌 보존 장소인 멜라노사이트와 피부 각질층 케라티노사이트에 이중으로 접근할 수 있는 화이트닝 성분을 뽑아냈다. 겔랑 측 설명에 따르면 케라티노사이트 간 접합면을 구성하는 'ZO-1'이라는 단백질은 색소불균형과 잡티를 없애준다. 이 단백질이 부족하면 접합면이 불안정해지면서 피부세포가 떨어져 나가고, 결국 피부 톤이 칙칙해지고 잡티가 생기게 된다. 겔랑이 추출한 진주 속 화이트닝 성분은 이 단백질을 공급해 멜라닌 형성을 억제하고 피부세포에 활기를 더해주는 기능을 한다.
한국화장품 자회사 더샘의 '젬 미라클 블랙 펄 오투 버블 마스크'는 남태평양 타히티 섬의 흑진주 추출물을 활용한 제품이다. 타히티 섬의 흑진주는 전세계 흑진주 시장의 90%를 차지한다. 흑진주에서 추출한 아미노산 성분이 안색을 정화하고 피부에 영양을 공급해 보다 환한 피부를 만들어준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또 파파야 추출물, 7가지 유기농 허브 복합체 성분 등을 함께 함유해 전체적인 피부 개선을 돕는다.
이밖에 숨어 있는 기미를 찾아내 분해하거나 피부의 적정온도와 보습을 맞춰 화이트닝을 돕는 제품도 있다. 홍조류 성분의 팔팔 추출물 및 피테라TM 성분 등이 함유된 'SK-Ⅱ 스팟 스페셜리스트'와 비타민B3, B7 등 각종 비타민과 식물성 스쿠알렌이 함유된 '키엘 수분 화이트닝 크림'은 피부 표피뿐 아니라 진피로 파고들어 기미와 잡티가 피부 표면으로 올라오는 것을 예방하는 기술을 썼다. 또 설화수 '자정 미백 에센스'는 닥나무, 백화사설초 등의 천연 성분을 이용해 자외선으로 뜨거워진 피부의 열을 가라앉혀 피부를 진정시키고 노폐물을 제거한다.
과신은 금물, 관리는 OK
화이트닝 제품에 대해 전문가들은 "과신해서는 안 되고, 제품 정보를 꼼꼼히 살피라"고 당부한다. 기능성 화장품 심사를 담당하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는 "식약청 규정에 따라 닥나무 추출물, 알부틴, 에칠아스코빌에텔, 유용성감초 추출물, 알파-비사보롤 등 9가지 미백 성분이 일정량 함유된 제품에 한해 기능성 화장품 인증을 해주고 있다"며 "기능성 화장품 인증 제품인지 여부와 유해 성분은 없는지 등을 우선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애병원 민태형 피부과 과장은 "우리 몸은 본능적으로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멜라닌을 만들어 막을 형성하는데, 겉으로 보면 칙칙하니깐 없애려고 하는 것"이라며 "멜라닌은 없애도 또 생기므로 평소에 화장품 등으로 관리할 필요는 있지만 대부분의 제품 성분은 표피에 머물 뿐 피부 깊숙한 곳으로 침투하기는 힘들어 과신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 봄 남자를 위한 화이트닝
과거 남성들이 검게 그을린 피부를 선호했다면 요즘에는 깨끗하고 하얀 피부를 원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최근 남성전용 화장품이 대거 쏟아지면서 남성들도 화이트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남성들의 화이트닝 방법을 단계별로 알아봤다.
꼼꼼한 클렌징이 첫 발
아직도 비누로 세안을 하는 남성들은 당장 전용 클렌징 제품을 사용할 것을 권한다. 비누로 세안할 경우 얼굴 당김 현상이 심해지고, 피부 유ㆍ수분 밸런스가 깨진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화이트닝 제품 흡수를 원활하게 하고 잡티와 색소침착의 원인이 되는 피부 속 노폐물을 제거하기 위해 클렌징 제품으로 이중 세안하는 게 좋다.
기초화장품 고르기
하얀 피부를 가꾸는 데는 기초 화장품 사용도 중요하다. 비타민, 알부틴 등 화이트닝 성분이 함유돼 있는 제품 대신 보습과 피부진정 효과가 큰 제품을 고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더샘 관계자는 "남성들도 즉각적인 미백 효과보다는 면도 자국이나 여드름 자국 등을 없애고 보습 효과가 큰 제품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자외선 차단제는 필수
기초화장을 마치면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이 필수다. 특히 여드름이 잘 나는 피부는 그대로 햇빛에 노출되면 흉터가 오래도록 없어지지 않으므로 자외선 차단에 신경을 써야 한다. 피지분비량이 많은 남성은 끈적이는 자외선 차단제보다는 유분이 적은 타입을 고르는 게 좋다. 야외활동이 많다면 SPF35 이상, PA+++가 좋고, 주로 실내에서 생활한다면 SPF20, PA++ 수준이면 적당하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