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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철 대한항공 감독이 되돌아본 프로배구 챔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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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철 대한항공 감독이 되돌아본 프로배구 챔프전

입력
2011.04.1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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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리그 1위 팀이 한때 꼴찌를 헤매던 팀에게 네 번 싸워 모두 다 졌다. 그것도 ‘시즌 종결자’를 가리는 경기에서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프로배구 대한항공 신영철 감독(48)이 2010~11시즌 받아 든 성적표다.

대한항공이 어떤 팀 인가. 시즌전적 25승 5패. 역대 최고의 승률(83.3%)로 팀 창단 후 처음으로 리그 1위에 오른 자부심으로 고공비행중인 팀이 아닌가. 챔프전 단골손님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양강구도가 깨지기를 내심 기대했기 때문일까. 많은 배구팬들은 대한항공의 이 같은 반란을 즐겼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정작 챔피언결정전에선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삼성화재에 0-4로 완패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반란의 수장’ 신감독을 13일 만났다.

-체력과 전력 등 모든 면에서 대한항공이 한 수 위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실제 정규리그땐 4승1패로 앞서지 않았나. 그런데도 완패했다. 이런 배구가 가능한가.

“그런 자신감이 우리 팀을 무장해제시켰다. 리그 폐막 후 20일간의 휴식도 약이 아니라 독이 됐다. 경험부족 탓인지 챔프전을 앞두고는 긴장도가 급상승했다. 반면 상대팀은 준플레이오프(PO), PO를 거치면서 짜임새를 더해갔다. ‘역설이 지배한 챔프전’이었다.”

-‘가빈화재’라는 말이 나올 만큼 삼성화재는 가빈에게 공격을 일임했다. 이른바 ‘가빈 몰빵배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프로팀 최고의 미덕은 우승이다. 만약 내가 상대팀 감독이었더라도 그랬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 팀이 가빈을 제어할 수 있는 카드를 내놓지 못한 것이다. 선수들에게 ‘가빈을 상대할 때는 코트의 3분의1만 막아라’고 주문했다. 그만큼 블로킹 집중도를 높여보자는 의도였다.”

-대한항공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배구 전체가 가빈에게 농락당했다는 의견도 있다.

“일정부분 동의한다. 그러나 가빈 한 사람 때문에 진 것은 아니다. 우리 팀이 범실을 10개만 줄였어도 대등한 경기를 이어갔을 것이다. 불안한 서브리시브와 함께 범실 줄이기가 다음시즌의 큰 숙제다.”

-대한항공의 왼쪽 날개인 김학민이 제 역할을 못했는데….

“김학민은 오른 발목 부상을 안고 뛰었다. 이달 말에 수술할 예정이다.”

-적장(敵將)으로서 상대팀을 평가하자면.

“상대가 잘해서라기보다는 우리 팀의 장점을 살리지 못한 것이 패인이다. 특히 삼성화재를 상대할 땐 20점 이후 기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데 그걸 못했다. 뒤집어서 말하면 상대의 위기대처능력이 뛰어났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과는 언제부터 사제의 연을 맺었나.

“1988년 2월 한국전력(현 Kepco45)에서 코치와 선수로서 만났다. 95년 삼성화재팀 창단때도 합류해 인연을 이어갔다. 2004년 LIG손해보험 감독으로 옮기기까지 17년을 모셨다.”

-배구는 언제 시작했나.

“경북 울진이 고향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선생님의 권유로 배구를 시작했다. 경북사대부고에 다닐 때는 우승과 준우승만 했다. 3위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84년 대학(경기대)1학년 때 국가대표로 뽑혔다. 그 해 슈퍼리그때 고교생 신분으로 세터상을 받기도 했다.”

-평소 선수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창의적으로 플레이를 하라고 주문한다. 한 수 앞을 먼저 내다볼 줄 아는 눈을 키워야 한다. 감독은 가르침을 주기보다는 운동 DNA를 밖으로 드러나게 도와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올 시즌에 대한 총평과 다음시즌에 대한 각오는.

“대한항공 지휘봉을 잡은 후 김학민을 라이트에서 레프트로 옮긴 것과 은퇴한 이영택을 다시 불러들인 게 주효했다고 본다. 챔프전 악몽을 곱씹어 블로킹 높이를 더 쌓을 것이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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