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업계에 '목장 쟁탈전'이 뜨겁다. 구제역의 여파로 원유(原乳) 공급량이 부족해졌기 때문. 하지만 대게 웃돈을 얹어주는 식의 목장 빼앗기여서 결국 가격인상으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하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 우유업체에 원유를 공급해온 수도권ㆍ충청권의 낙농가 서너 곳이 최근 거래처를 서울우유로 바꾸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중소업체들은 "우유 1ℓ당 50~80원의 지원금을 주거나 아예 원유대금을 선지급하는 등 서울우유가 편법적인 방식으로 원유 공급가를 올려주면서 낙농가를 회유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서울우유측은 "농가가 자연스럽게 조합원 자격을 얻게 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16일 오전 경기 화성의 한 젓소농가에선 연세우유 직원과 마을주민 등 20여명이 트랙터를 동원해 새벽에 짠 원유를 가지러 온 서울우유 집유차를 막아서면서 물리적 충돌 직전에까지 가는 상황도 벌어졌다.
문제는 시장점유율 36%의 1위 업체 서울우유가 공급 부족을 해결하는 데 2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목장의 거래처 변경을 둘러싼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번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3만7,000여며리의 젖소 가운데 2만3,000여마리가 서울우유 소속 목장의 젖소였고, 이 때문에 서울우유의 하루 평균 우유 생산량은 평소보다 300~350톤 가량 부족한 1,550~1,600톤에 그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목장과의 거래 조건을 변경하면서 우유 지키기에 나섰다. 매일유업과 빙그레, 건국유업 등은 2012년 말까지 쿼터량 초과분에 대해서도 정상가격에 사들이기로 했고, 낙농진흥회와 남양유업, 동원데어리푸드 등은 쿼터 할당량 자체를 5~20% 늘렸다.
우유업계의 한 관계자는"업체간 목장 빼앗기 경쟁은 결국 직간접적으로 원유 가격을 10% 가까이 올리는 결과를 초래해 제품 인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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