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전산장애로 일부 고객들의 거래 내역이 유실된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 측은 "고객 및 거래 원장이 훼손된 것은 아니다. 백업 데이터 등을 통해 복구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농협 신뢰에 다시 한번 금이 가게 됐다.
농협 관계자는 17일"전산장애가 발생한 12일 임시 저장소에 보관돼 있던 거래 정보가 일부 유실됐다"며 "백업 데이터와 카드결제대행 서비스업체(VAN)의 정보를 통해 확인 작업을 거쳐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고객의 거래 원장 자체가 훼손된 것은 아니고 임시 저장소의 거래 내역이 일부 유실된 것인 만큼 복구만 이뤄지면 큰 문제는 없다"며 "늦어도 내일 중 복구가 완료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원장 자체가 훼손됐다는 의혹 제기도 잇따르고 있어 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장애 발생 엿새째인 이날도 일부 서비스의 불통은 지속됐다. 이날 저녁까지 복구가 안 된 서비스는 ▦인터넷을 통한 카드결제 확인 ▦인터넷 뱅킹 조회 ▦카드론 ▦선(先) 결제 서비스 등. 그러다 보니 고객들의 불만은 계속 높아지고, 피해보상요구도 잇따르고 있다. 농협측은 "16일 오후6시까지 접수된 피해보상 요구는 영업점 접수 75건, 고객지원 콜센터 832건 등 총 907건"이라고 밝혔다.
이제 관건은 피해 보상여부와 범위. 일단 농협 측은 ▦전산장애로 인해 대출이자나 카드대금, 공과금을 제대로 내지 못해 발생한 연체료 ▦농협 고객이 어쩔 수 없이 다른 은행 자동화기기(ATM)를 사용하면서 낸 수수료 등은 100% 보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아울러 농협은 전산장애로 인한 연체 기록 삭제를 관계기관에 요청키로 했으며, 만기가 돌아온 어음도 늦춰달라고 금융결제원에 요구했다.
하지만 연체료나 수수료는 고객들이 입은 피해의 '빙산의 일각'이다. 금융거래 중단으로 인해 수많은 유형의 피해사례가 있을 수 있으며, 그 피해자들이 실제 보상을 요구할 경우엔 개별 건마다 전산장애와 인과관계를 따져야 하기 때문에 크고 작은 분쟁이 잇따를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농협 피해 인터넷 카페(http://cafe.naver.com/ims300.cafe) 등에 따르면 한 농협 고객은 지난 11일 소셜커머스를 시작하면서 사업자통장을 농협으로 개설했다가 사업에 필요한 물품 구입을 하지 못 했는가 하면, 또 다른 고객은 결혼식(16일)을 앞두고 하객들이 축의금과 교통비 등에 불편을 겪고 있다고 토로 했다. 공주대 한 학생은 13일 농협카드가 정지돼 교통비를 뒤늦게 구하느라 할머니 임종을 지키지 못하기도 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한편 금융소비자연맹은 소비자권리찾기시민연대와 함께 홈페이지(www.kicf.org) 및 전화(1577-4995)를 통해 농협 전산장애 사건과 현대캐피탈 해킹 사건의 피해 사례를 접수 받고 있다.
강아름 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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