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전방부대 통신병으로 복무하던 정모(27)씨는 6년 전 막사 안에서 무전기를 만지다가 외부의 간이안테나가 막사 안으로 연결된 전깃줄에 부딪치는 바람에 손가락에 화상을 입었다. 사고로 오른쪽 넷째 손가락을 절단하고 둘째 손가락은 뻣뻣하게 굳었다. 오른팔 신경도 손상을 입었다. 장애6급 판정을 받은 정씨는 "안테나를 전깃줄과 멀리 떨어진 곳에 설치해야 하는데 동료가 제대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17일 국방부에 따르면, 이처럼 손가락이 잘리거나 신경이 끊어지는 중증 외상질환으로 외부의 민간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군인은 2009년 한 해에만 312명에 달했다. 하루 한 명에 해당하는 수치로 2008년 167명에서 두 배로 늘었다. 2009년 민간 위탁치료 규모는 심장병(206명), 양성종양(200명) 순으로 손가락 부상의 빈도가 월등히 높았다.
범위를 넓혀 손가락이 베이거나 부러져 군내ㆍ외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장병은 지난해 2,126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6명 꼴이다. 전체 손가락 부상자 수는 2007년 1,851명, 2008년 1,874명, 2009년 1,996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국방부는 지난해 국군수도병원에 손가락 성형을 전문으로 하는 장기군의관을 최초로 임용했다. 군 관계자는 "덕분에 민간병원을 찾는 손가락 부상 환자는 줄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손가락 부상자가 유독 많은 것은 안전대책의 사각지대이기 때문이다. 군에서 집중 교육하는 6개 안전관리 필수프로그램은 인권과 생명, 자살, 교통사고, 외출ㆍ외박, 총기ㆍ폭발물, 경제범죄가 해당된다. 자연히 손가락 부상은 지휘관의 관심분야에서 멀 수밖에 없다.
또한 2008년부터 3년간 손가락 부상으로 민간병원을 찾은 원인을 보면 취사, 수리, 수송 등 작업으로 인한 부상자가 284명으로 사격, 포 운반 등 훈련으로 인한 부상자(126명)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긴장감이 떨어지는 시간에 방심하다가 손가락을 다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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