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차 간병인 김수란(60)씨는 석 달째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김씨가 돌보는 뇌경색중증마비 환자는 가래가 심해 2시간마다 석션(suctionㆍ가래 빼내기)을 해줘야 한다. 매일 밤 뜬 눈으로 지새는 김씨는 안구건조증은 물론 근육통도 앓고 있다.
몸을 일으키지 못하는 몸무게 60㎏의 남성 환자를 구석구석 씻기고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2시간마다 체위변경을 해주다 보면 허리와 어깨에 무리가 올 수 밖에 없다. 김씨는 일주일 중 딱 하루 쉬는 토요일 동네 한의원에 침을 맞으러 다닌다. 김씨는 "다른 사람 건강을 돌보다가 내 건강마저 잃게 생겼다"고 씁쓸해했다.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이 오히려 골병을 앓고 있다. 2009년 공공노조가 서울대병원 등 전국 4곳의 병원에서 일하는 간병노동자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간병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업무관련 사고 및 질병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10명 6명 꼴(65.4%)이었다. 골절 디스크 등의 근골격계질환(69.7%)이 가장 많았고 병실 실내 건조로 인한 피부병(21.3%)이 뒤를 이었다.
감염 위험도 높다. 간병인 김명숙(59)씨는 지난해 8월 아찔한 경험을 했다. 메치실린내성황색포도상구균(MRSA) 보균환자를 돌보다 김씨도 전염됐던 것. MRSA는 병원 생활을 오래한 환자에게 주로 나타나는 병균으로 면역력을 크게 약화시켜 '슈퍼 박테리아'라 불린다. 김씨는 "원래 간호사만 검사를 받게 해주는걸 우겨서라도 검사를 받지 않았다면 감염사실도 늦게 알았을 것"이라고 울먹였다.
간병노동자들은 근무환경 자체가 병을 부르는 구조라고 입을 모았다. 하루 24시간, 주6일 연속으로 일하는 장시간의 노동, 잠시라도 짬을 내 피로를 풀어줘야 하지만 휴식은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김수란씨는 "환자 보호자가 눈 좀 붙이다 오라고 배려해줄 때도 마냥 반갑지가 않다"고 했다. 간병인을 위한 휴식공간이 병원에 마련돼 있지 않아 복도를 서성이거나 벤치에 앉아 잠깐 졸다가 병실로 돌아오는 게 고작이다.
식사 역시 부실하다. 5년째 간병인으로 일해온 최순옥(54)씨는 토요일에 집에 가면 다음 6일치 밥을 챙겨오는 게 일이다. 간병노동자 대부분은 최씨처럼 집에서 싸온 밥을 냉장고에 얼렸다가 끼니때마다 녹여 먹는다.
이들이 냉동 밥에 새우잠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꼬박 6일을 버티고 받는 돈은 식대 교통비를 포함해 5만5,000~6만5,000원. 시급이 2,500원 안팎으로 법정 최저임금(4,320원)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다못해 고충을 하소연 할 곳도 없다. 간병노동자는 환자 보호자와 직접 계약을 맺기 때문에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산재보험 등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간병노동자의 일터인 병원도 나 몰라라 하긴 마찬가지다.
차승희 공공노조 의료연대 서울지부 간병분회장은 "간호사의 지시를 받아 석션, 피딩(feedingㆍ음식물 흡입) 등 의료행위를 간병인이 도맡아 하지만 의료사고가 나면 병원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련 단체들은 질 높은 간병 서비스를 위해서라도 간병비용을 건강보험으로 급여화하고, 병원이 간병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공운수 노조 현정희 부위원장은 "청소노동자에 비해 간병노동자의 근무환경 개선에 시민들의 관심이 덜 한 것은 사용자(환자 및 보호자)의 위치에서 서비스에 불만족했던 기억 때문"이라며 "간병노동자 개인 자질을 따지기 전에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진보신당 등을 포함한 26여개 시민단체 연대모임은 19일 '2011 따뜻한 돌봄 캠페인단'을 발족하고 간병노동자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알릴 계획이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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